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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은 ‘정치9단’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노련함과 탁월한 정치력으로 제3당인 국민의당 존재감을 높였다는 평가다. 특히 리베이트 파동으로 창당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이했던 당을 정비하고,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안정된 반열에 올려 놓았다.
박 위원장의 정치력은 수차례 빛을 발했다. 과감하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보다 앞서 사드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자체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등 선명성을 내세우며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통과가 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 채택 논란으로 발목이 붙잡혔을 때에도 절충안을 제시하는 등 중재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국회 제출 때도 발의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막판 찬성표를 던지면서 ‘캐스팅보터’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했다.
하지만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을 겸직하면서 당내 권력이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한 그의 노련함이 오히려 국민의당이 표방한 새정치 이미지를 퇴색시킨다는 지적도 많았다.
특히 그는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관련해, 새누리당 비박계의 동참 필요성을 제기하며 9일 표결 처리 입장을 고수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결국 5일 탄핵안을 발의하고, 기존에 야3당이 합의했던대도 9일 처리하는것으로 정리했지만, 임기 막판 큰 오점을 남겼다.
이제 국민의당은 박지원 비대위 체제에서 김동철 비대위 체제로 옮겨가게 됐다. 김동철 의원은 내년 1월15일 전당대회 전까지 한달 반가량 비대위원장을 맡아 국민의당을 이끌게 된다.
하지만 탄핵정국 한복판에서 당대표가 바뀐다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 속에서는 박 위원장처럼 빠른 상황 판단으로 당의 중심을 잡는 한편,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 위기 국면 속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빈번하게 펼쳐질 수 있다.
특히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에 대해 “처음으로 조기퇴진 의사를 밝힌 것은 평가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퇴진 일정을 국회가 논의해야 한다”며 사실상 수용 의사를 나타내는 등 당분간 원내대표직을 유지할 박 위원장과 엇갈린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당내 지도부간 불협화음을 나타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