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업계와 수시로 만나는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향후 수출 전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자들이 ‘수출이 언제쯤 증가세로 전환되나’, ‘지금 수출이 바닥을 친 것인가’라며 수차례 질문을 던졌지만 명쾌한 답변은 없었다. 수출정책을 책임지는 정부 당국자도 수출의 향배를 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수출이 끝을 알 수 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수출 실적이 두자릿수로 감소해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중국으로의 수출은 6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빨간불이 켜졌다. 내수 부진에 수출 쇼크까지 겹쳐 경기 침체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에 해양플랜트 ‘시들’..조선 빅3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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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대 주요수출 품목 중 컴퓨터(6.2%), 무선통신기기(2.8%), 일반기계(2.4%)를 제외하면 모두 수출이 작년 2월과 비교해 감소했다. 저유가, 단가하락, 세계 경기 부진으로 인한 실적 타격이 컸다.
선박·해양플랜트 수출액은 46% 감소해 최악이었다. 이는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인기가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시추설비 업체들이 저유가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발주한 해양플랜트 사업 지연이 계속되고 있다. 이 결과 현대중공업(009540),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 빅3 조선업체는 지난해 약 8조원의 적자를 낸 가운데 해양플랜트 손실만 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윤활유 등 석유제품(-26.9%)과 합성수지 등 석유화학제품(-6.4%)도 유가급락에 따른 단가하락으로 수출액이 감소했다.
◇현대·기아차 중국 수출 ‘빨간불’
특히 대(對) 중국 수출이 급감한 게 수출 타격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86억5200만달러로 작년 2월과 비교해 12.9%나 줄어들어 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수출액 기준으로는 2010년 2월(79억5000만달러) 이후 6년만에 최저치다.
주요 수출품목들이 중국발 ‘악재’를 맞았다. 선박(-56.3%), 무선통신기기(-19.4%), 반도체(-29%), 석유화학(-17.3%) 품목이 대(對) 중국 수출이 감소했다. 산업부 수출입과 관계자는 “중국의 경기 침체, 내수 중심의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수입이 감소하면서 우리의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은 새로운 경제성장 전략으로 ‘신창타이(新常態)’를 표방하고 자국 내수 시장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자동차(-9.3%), 자동차 부품(-2.1%) 수출도 중국 등 신흥시장 수요 감소로 타격을 입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 1월 중국시장 자동차 판매가 작년 1월보다 21.9% 급감하는 등 중국발 쇼크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정의선 현대자동차(005380) 부회장 주재로 중국 딜러(판매사) 등을 초청해 ‘2016 베이징현대 딜러 대회’를 처음으로 열기도 했다.
정부는 갤럭시S7 등 휴대폰 수출이 늘어나고 대(對) 베트남(17.9%), 아세안(10.3%), 미국(4.2%)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한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인호 실장은 “전세계 경기 회복, 유가가 향후 수출 추세를 결정하는 요인”이라면서도 “휴대폰 수출로 인한 베트남 경기·수요 회복이 우리 수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유망소비재 수출확대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소비재 수출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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