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국내 4대 은행 지주회사들이 새해 벽두부터 부실 저축은행 인수·합병(M&A)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M&A를 추진하고 있는 곳은 우리금융지주(053000)뿐이다.
하나금융지주(086790), 신한금융지주(055550), KB금융(105560)지주의 경우 아직까지 `조건에 맞는 매물이 있다면 M&A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금융지주사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M&A 활성화를 위해 내놓을 `당근책`을 확인한 후 본격적인 검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해 11월부터 서민금융확대 방안의 하나로 저축은행 M&A를 내부적으로 검토해왔다. 당초 민영화 이후 과제로 검토했으나 민영화가 잠정 보류되고 시중은행들도 저축은행 부실 해소에 동참해야 한다는 금융당국 방침이 서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 규모를 따져볼 때 조단위 매물은 2~3곳, 5000억원 안팎의 매물은 3~4곳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순차적으로 인수 협상에 나서 가능한 올해 상반기내 M&A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저축은행들을 중심으로 인수 대상 후보군을 추리고 있으며 저축은행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금융당국 방침에 따라 시중에 추가로 나올 매물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금융은 인수하는 저축은행들을 합병해 우리금융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우리금융과 달리 하나금융, KB금융, 신한금융은 `조건이 맞는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방침 외 다른 움직임이 없다. 회사별로 시급한 현안과제들이 쌓여있어 저축은행 M&A를 우선과제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하나금융은 "금융시스템의 안정화를 위해 저축은행 인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으나 내부적으로 저축은행 인수보다 외환은행 M&A 후속절차가 더 시급한 상황이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저축은행 M&A는 지난해 여름 지주 포트폴리오 점검 차원에서 검토한 적 있을 뿐"이라며 "최근 들어 다시 리뷰(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금융당국의 `등살`에 떠밀려 저축은행 M&A를 검토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신한금융의 경우 새로운 지주회사 CEO(최고경영자)가 선임돼 내부 조직을 추스르기 이전까지는 M&A를 추진할 여력이 없다. KB금융은 저축은행 보다는 캐피탈회사 M&A에 관심을 두고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 경영진들은 `1~2곳 이상 저축은행 M&A를 검토하겠다`는 지난 5일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의 발언이 보도될 당시만 해도 저축은행 M&A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불과 3시간여만에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바 있다.
대형 은행들은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제1금융권이 `고금리`로 이자놀이`를 한다는 비판과 이에 따르는 은행의 평판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또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저축은행 M&A를 추진하더라도 금융당국의 사전 정지작업과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은행은 금융당국에 ▲부실 저축은행들의 대주주 책임을 물어 매각을 강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불투명한 저축은행 자산 건전성을 엄격하게 재분류하며 ▲저축은행 부실자산 일부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지원안 등이 선행돼야 M&A를 추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금융당국은 이를 위해 예금보험공사법을 개정해 예금보험공사 기금에 금융권역 공동계정을 신설, 부실 저축은행에 투입할 `실탄`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국회 법 통과 여부 및 시점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저축은행 M&A를 검토하겠다는 금융권 CEO들의 발언들중에서 SD(김석동 금융위원장) 취임에 화답하는 `립서비스`도 있는 게 아니겠냐"며 "실제 은행들이 M&A에 나설지 여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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