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사태, 美·中 분쟁으로 번지나

김혜미 기자I 2010.01.14 14:04:03

美, 中정부에 유감 표명..공식 해명 촉구
전문가들 "구글, 중국시장 포기 못할 것"

[이데일리 김혜미기자] "구글이 중국을 떠난다면 구글은 중국 시장을 잃게 될 것이다. 구글이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중국을 떠날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

"구글처럼 대단한 기업이 중국을 떠난다는 데 큰 슬픔을 느낀다. 중국과 전세계 네티즌간 간극은 더 벌어지게 될 것이다."

구글의 중국 철수 가능성이 전해진 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구글의 철수 가능성에 대해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구글이 정말로 중국 시장을 포기할 지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대부분은 구글 철수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구글 중국 법인 앞에 꽃과 촛불을 가져다 놓으며 애도하기도 했다.

중국 네티즌들의 논쟁을 뒤로 한 채 구글의 중국시장 철수 가능성은 이제 국가간 정쟁으로 비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국무부가 유감을 표명하고 중국에 공식 설명을 요구하고 나섰고, 미국 기업들도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 미국 언론들도 일제히 중국을 비난하며 국내 기업 옹호에 나서고 있다.

◇ 당혹스런 中 정부, 구글에 "자세한 정보 달라"

▲ 한 중국 네티즌이 구글 중국법인 앞에 꽃다발을 갖다 놓고 있다.(출처 : 글로브앤메일)
구글의 철수 가능성이 전해진 뒤 중국 네티즌은 물론 정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해킹이 철수에 대한 가장 큰 근거가 되자 중국 정부는 "(중국 철수 가능성을 언급한) 성명 내용과 관련된 보다 자세한 정보를 달라"고 요청했다. 국무원과 외교부 등 중국 국가기관 관계자들은 모두 말을 아끼고 있다.

구글이 중국시장에서 철수하게 되면 중국 정부는 국내외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된다. 우선 국내적으로는 중국 법인에 고용된 700명의 중국인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점과 중국 네티즌들의 불만을 감당해내야 한다. 국외적으로도 구글의 철수 배경과 관련해 사이버해킹과 검열 등에 대한 전세계적인 비난을 면키 어렵다.

하지만 구글의 철수 여부는 모호하기만 하다. 익명의 한 국무원 관계자는 "구글이 정말 중국을 떠날지 말하기 어렵다.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동시에 구글은 13일 사이버해킹의 표적이 됐던 지메일(Gmail) 서비스의 보안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 美 국무부 "中 정부, 해명하라"

구글 문제는 국가간 문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글의 철수 가능성이 전해진 뒤 미국 정부는 중국에 공식 해명을 요청한 상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중국 정부가 이를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동시에 미국 기업들의 불만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들을 대표하는 전미국무역평의회(NFTC)는 이번 사태가 중국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환멸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윌리엄 라인쉬 NFTC 회장은 "미국과 중국의 산업간 문제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면서 "많은 기업들이 분쟁에 직면해 있으며 중국은 이와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구글 관련 분쟁이 미국 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자국 기업들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영업을 해야 하는 은행과 보험업체들, 철강사 등 제조업체들의 불만이 그동안 커져왔다는 것. 구글 역시 `고난이도의 사이버해킹`을 중국 철수의 주된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는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터뜨린 핑계에 불과하다.

◇ "구글, 중국 포기 못한다"

구글이 승부수를 던졌지만 구글이 중국 시장을 막상 버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궈커 상하이국제대학 교수는 "구글이 중국을 떠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구글이 중국을 떠난다해도 중국 정부는 그동안 해온 관행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을 떠난 구글은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구글이 중국시장을 떠날 경우 빈 공간을 누가 채우느냐가 화제가 되고 있다. 아이리서치 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중국 검색엔진 시장은 지난해 70억 위안(1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 전체 매출 가운데 구글이 차지하는 비중은 1위 엔진 바이두에 이어 32.8%에 달한다.

반면 구글이 문제점을 제기한 중국 정부의 검열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뉴욕타임스(NYT)는 구글이 중국의 뉴스 사전검열에 불만을 제기한 상황에서도 중국 정부가 뉴스 검열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구글 사태가 전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작 중국 언론들의 기사 수는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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