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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드라마와 음악을 껴안다’…서울세계무용축제

경향닷컴 기자I 2008.10.09 13:29:48
[경향닷컴 제공] 춤이 드라마와 음악을 끌어안는다. 장르의 경계를 넘어 ‘총체극’으로 진화하려는 몸짓이다.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주목작으로 손꼽히는 <돈큐>와 <엘렉트라, 가해자>도 몸짓으로 보여주는 ‘드라마’라 부를 만하다.

<돈 큐>가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몽상극이라면, <엘렉트라, 가해자>는 현대적 색채로 리메이크된 그리스 비극이다. <돈 큐>에는 슈베르트의 가곡이 ‘웃기게’ 편곡돼 흘러나오고, <엘렉트라, 가해자>에서는 현대음악가 마이클 니만이 특유의 미니멀 음악을 선보인다.

제목이 암시하듯이 <돈 큐>는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에서 영감을 받은 무용풍자극이다. 등장인물은 단 두 명. 환상을 좇는 노인과 그의 젊은 친구다. 원작에 등장하는 돈키호테와 산초 판차를 연상시킨다. 무대에 오르는 무용수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부단장, 네덜란드 댄스시어터(NDT)Ⅲ 예술감독을 지낸 에곤 마젠(66)과 발레에서 록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활약을 펼쳐온 에릭 고티에(31). 1960년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스타로 군림했던 마젠은 “늙은이와 젊은이가 한 방에 갇혔다. 늙은이는 약간 미쳤다. 여린 감성의 소유자인 그는 존재하지 않는 여자를 사랑한다. 그의 젊은 파트너는 그를 즐겁게 한다”고 작품의 일단을 내비쳤다. 나머지는 직접 와서 봐달라는 주문. 이어서 그는 “나는 아직 춤출 수 있다”며 “<돈 큐>라는 캐릭터는 재미있고 슬프고 로맨틱하다. 늙었지만 감수성을 잃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나와 닮았다”고 말했다.


안무자인 크리스티안 슈푹은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에 맘보 리듬을 입혔다. 슈니트케의 왈츠, 흑인 가수 제임스 브라운의 솔을 비롯해 디스코 음악에 이르기까지, 별별 장르의 음악을 동원해 슬랩스틱 코미디와 함께 버무렸다. 중간중간 눈시울을 붉히게 만드는 감동적 장면도 빠지지 않는다. 13일 호암아트홀.

<엘렉트라, 가해자>는 그동안 숱하게 재해석돼온 그리스 비극 <엘렉트라>를 원형으로 삼는다. 엘렉트라는 미케네 왕인 아가멤논의 딸. 왕비이자 어머니인 클리템네스트라가 정부(情夫)와 짜고 아버지를 살해하자 충격과 복수심에 사로잡힌다. 고대 그리스의 두 비극시인은 이를 각각 두 개의 스토리로 변주했다. 소포클레스는 엘렉트라가 동생을 부추겨 어머니를 죽이게 만든다. 말하자면 살인 교사다. 반면에 에우리피데스는 그녀가 직접 어머니를 유인해 살해하는 것으로 설정한다.

80년대부터 그리스의 대표적 안무가로 활약해온 소피아 스피라투는 에우리피데스의 해석에 가까운 무대를 보여준다. ‘엘렉트라, 가해자’의 안무와 연출을 겸한 그는 엘렉트라가 어머니 목에 직접 칼을 찔러넣게 한다. ‘가해자’로서의 성격을 한층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셈이다. 그는 “엘렉트라의 모친 살해는 결국 자신에게 행해진 살인과도 같다. 그녀는 어머니를 죽이자마자 무너진다”고 말했다. 그리스의 ‘로에스 댄스 시어터’가 공연하는 이 작품은 현대무용과 내러티브(서사)의 접목 외에, 니만의 긴박감 넘치는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높은 미의식을 지닌 총체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클리템네스트라가 전신 누드로 펼치는 몸짓도 한국에선 쉽사리 만나기 어려운 장면이다. 30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서울세계무용축제의 폐막작이다. 이번 축제에는 총 16개국의 39개 단체가 참여해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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