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의 "궁여지책" 6가지

전미영 기자I 2002.11.13 13:20:37
[edaily 전미영기자] 2000년 말 6.5%였던 미국 기준금리를 1.25%까지 낮춘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겐 남은 "탄약"이 많지 않다. 그러나 단기금리 조정이란 탄약이 바닥난다 해도 FRB가 경제 둔화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CNN의 금융사이트 CNN머니는 단기금리 조정 이외에 FRB가 쓸 수 있는 몇 가지 해법을 12일 소개했다. 이 사이트는 그러나 FRB가 실제 이 같은 방안을 적용한 적은 없으며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FRB가 얼마나 절망적인 상태에 있는지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장기국채 매입
FRB가 금리를 낮추려 할 때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단기국채 매입이다. 하지만 단기금리를 조정할 여지가 없어질 경우 장기국채를 매입함으로써 통화량을 늘릴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장기국채의 금리가 하락하면 모기지 채권을 비롯한 장기 채권의 금리도 따라 내리게 된다.

2.공개시장조작 대상 다양화
FRB는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춰주기 위해 회사채를 매입할 수있으며 이례적인 일이긴 하지만 직접 나서서 주식을 사들일 수도 있다. 또 환율에 영향을 주기 위해 해외 주식을 매수할 수도 있다. FRB가 매입할 수 있는 자산의 종류와 방법은 법률로 정해져 있으나 필요할 경우 의회가 FRB에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할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식을 비롯 공개시장조작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 있는 금융자산들은 대부분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FRB가 이런 방법을 선택할 경우 그 "절실함"이 주목을 끌게 돼 투자심리를 오히려 해칠 가능성이 높다.

3.구두개입
재무부가 구두개입을 통해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FRB도 입장 공표를 통해 통화 흐름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FRB가 이 같은 궁여지책을 쓸 정도가 됐을 때는 이미 FRB에 대한 신뢰가 저하됐을 터이므로 실효가 없을 수도 있다.

4.지급준비율 인하
FRB는 지급준비율을 인하함으로써 통화량을 늘릴 수 있다. 지급준비율은 은행이 고객에게서 받은 예금 중에서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지급준비율이 내려가면 은행의 대출 여력이 커지지만 경기침체로 믿고 대출할 만한 기업이 없을 경우엔 의미가 없어진다.

5. 주식 신용거래 활성화
주식거래 증거금을 낮춰 신용거래를 활성화시키면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 일각에선 FRB가 증거금을 높이지 않아 90년대 후반의 버블을 조장했다고 비난하고 있으나 경기침체 와중에서의 주식시장 버블은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6.인플레이션 유발
소비를 촉진키 위한 방법으로 현금 보유 위험을 높이는 인플레이션 유발 방안도 반농담 삼아 거론되고 있다.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려대거나 지갑 속에 오래 넣고 있을 수록 가치가 줄어드는 마그네틱을 부착한 특수 화폐를 만들자는 얘기도 FRB 주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비앙코리서치의 짐 비앙코 사장은 "FRB가 실제 그런 일을 한다면 정신이 나갔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7.또 다른 대안-금리 인상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련의 금리인하가 경제를 악화시켰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FRB가 해야할 일은 금리를 낮추는 대신 높여야 한다는 것.

경기둔화 우려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반적인 상식과 맞지 않는 것이지만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엔 그간의 금리인하가 과도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비앙코리서치의 비앙코 사장은 "금리는 어느 한쪽 방향으로 너무 멀리 움직이면 좋지 않다"고 지적하고 "지금처럼 금리가 극단적으로 낮을 때 FRB가 이를 더 내린다면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FRB가 민간 자금수요를 늘리는 데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에 13일(현지시간) 상하 양원 합동경제위원회 증언에선 감세를 비롯한 재정정책을 강조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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