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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조서에 남길 확실한 진술 필요…회유 아닌 정당한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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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관 기자I 2026.04.24 06:05:03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기소 의혹' 박상용 검사 인터뷰①
"이화영·김성태 진술 오락가락…확실한 조서 꾸며야 해"
"정권 교체마다 수사 리뷰, 법치주의 훼손…중수청 더 심할 것"
"李 공소 취소할거면 특검 아닌 검찰 해야…책임도 그들 몫"

[이데일리 남궁민관 백주아 기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진술은 계속 앞으로 전진했다가 후퇴하는 식이 반복됐죠. 본인이 진술을 안하기 때문에 조서에 남길 수 없는 것도 있었고, 부인 진술을 한 걸 본인이 남기지 않길 원하기도 했어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진술 자체가 굉장히 러프(거친)합니다. 크게 크게 진술하는데 막 다 헷갈리기도 해 옆에 있는 사람들 다 같이 조사해 정확한지, 증거가 있는지 다 해야 사실관계가 명확해지기도 했습니다.”

국회를 중심으로 ‘진실공방’이 격화되고 있는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기소’ 의혹과 관련 핵심 당사자인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는 최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관련 사건 수사 당시 주요 피의자들과의 수사 과정을 이같이 되뇌었다. 피의자의 진술이 담긴 조서가 일관성을 잃는다면 기소를 했다고 해도 공소유지를 장담할 수 없기에 피의자별로 최대 200여회를 넘나드는 소환조사를 통한 지난한 설득의 과정은 불가피했다고 했다.

하지만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와 조서 작성 과정이 다른 특수사건과 특별히 다르진 않았다는 게 박 검사의 주장이다. 그는 “특수사건 수사에서 조서를 남기는 건 원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증거법상 판사는 조서를 보며 계속 맞춰봐야 되는데 진술이 일관되지 않으면 조서가 아닌게 되다보니 나도 정리를 한 조서가 딱 남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상부에서도 그래서 항상 소환조사를 많이 할 것을 요구했고 확실한 진술이 나올 때 조서를 남기는 걸 통상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특수사건 수사에서 ‘통상적’이라 여겨지던 이같은 검찰의 조사와 조서 작성 관행이 조작기소 의혹의 발단이 될 것이란 걸 몰랐다는 박 검사는 “소환을 여러 번 했는데 조서를 모두 다 정확하게 남기지 않은 부분이 아쉽다”고 반추했다. 과거 일부 특수부 검사들의 검찰권 남용으로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바닥을 친 상황에서 조서에 남지 않은 조사 과정들이 국민들의 눈높이에선 편의제공, 회유, 강압으로 비쳐질 수 있단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뿐만 아니라 언론을 통해 직접 의혹 해명에 나선 배경이다.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가 최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조서에 담기지 못한 ‘설득의 시간’…회유·강압이었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쌍방울그룹이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위해 2018년부터 이듬해까지 수백만 달러를 대신 송금했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이와 관련 지난해 6월 대법원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특가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부지사에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했다. 또 김 전 회장은 2024년 7월 수원지법으로부터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박 검사를 둘러싼 조작기소 의혹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이 대통령 간 연관성을 인정하는 진술을 얻기 위해 당시 각 피의자들에게 회유 또는 강압했다는 게 주요 골자다. 2023년 5월 17일 박 검사 사무실에서 김 전 회장과 소위 ‘연어·술 파티’를 벌였다는 의혹, 지난 3일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인 서민석 변호사가 공개한 박 검사와의 통화 녹취 등이 그 근거다. 각 피의자들에 과한 편의를 제공하고 자백을 하면 형량을 낮춰주겠다는 등 이 대통령 관련 진술 회유를 했다는 주장이다.

‘설득’과 ‘회유·강압’ 사이의 미묘한 경계선에서 박 검사는 “관련자 조사만 500명이 넘고 2년 동안 50차례 걸친 공판에 출석한 증인만 130명에 달한다”며 “제가 그걸 허위로 다 짜고 사람들을 연습시켜 판사들을 속이고 확정 판결을 받았다는 건 신이 아닌 이상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 “검사는 자백을 받는 직업이고 당연히 자백을 권해야 한다”며 “하지만 ‘다른 사람은 자백했는데 너가 안하면 넌 유죄야’와 같이 속이는 것이 회유다. 이는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일축했다. 이어 “검사한테 조사를 받으면 자기가 진술하는 것에 따라 형이 달라진다는 생각에 압박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이 과정에서 고문이나 폭력 등 강압행위가 있으면 안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형량 거래 의혹에 대해 박 검사는 “형량은 결국 법원이 정하는 것이다. 구형을 조정한들 판사가 보기에 이상하다면 따르지 않는다”며 “죄명을 빼줄 수 있지 않냐 는 의심도 있다. 하지만 예를 들어 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기소하고 이 전 부지사는 일반 형법상 뇌물죄를 적용해 공범으로 기소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판사가 어디있겠나”라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서 변호사 통화 녹취에 담긴 형량 거래 정황을 두고 “검사가 형량을 결정할 권한이 있는 형량 거래, 즉 플리바게닝이 아니라 ‘자백하면 선처하겠다’는 형사소송법 원칙에 부합하는 그런 약속을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통화 녹취 전체 내용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박 검사는 녹취 파일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며 문서제출명령을 법원에 신청한 상태다.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가 최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국회·특검 주도 수사 리뷰, 법치 붕괴될 것”

박 검사는 “김건희, 대장동 수사와 달리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감찰 담당 평검사가 쌍방울그룹 관련 영장 유출을 들여다보다 나온 사건이었다”며 “만약 기획수사였다면 특수수사를 한 번도 한 적 없는 저한테 맡기겠나”라고 강조했다.

이미 검사로서의 삶은 끝났다고 말한 박 검사는 사실상 홀로 조작기소 의혹에 맞서게 된 이유에 대해 “그래도 검사를 했는데 내 사건 때문에 법치주의라는 게 무너져 버리는 어떤 계기가 된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박 검사는 “결과적으로 특별검사에 의한 공소 취소가 목표이고 이를 출범시키기 위한 모멘텀을 얻기 위해 국정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위조라는 서사를 만들기에 적합한 사람은 피의자를 직접 상대한 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주장했다.

특검에 의해 자신이 기소되는 건 수순으로 결국 법원에서 무혐의 판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 박 검사는 “정치적 권력이 바뀜에 따라 전례없이 이와 같은 식으로 수사과정이 리뷰를 받고 그게 판결에 또 영향을 주게 된다면 법치주의 관점에서 좋지 않다”며 “경찰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고 향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이 설치되면 훨씬 더 많아질 것 같다. 수사와 공소제기 책임을 묻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검사는 “제가 말하는 것은 딱 하나 ‘특검에 의한 공소 취소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특검에서 수사 받아도 상관없다’는 것”이라며 “특검에 의한 공소 취소가 아니라 지금 기소를 했던 당사자인 법무 검찰이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책임을 지게 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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