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무상교통에 불이 붙은 것은 탄소 배출 저감과 더불어 보편적 교통복지 실현, 경제 활성화라는 일석삼조의 효과 때문이다. 2021년 아주대 조사팀이 발표한 ‘화성시 무상교통 사업 성과평가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은 주당 2.9회, 어르신은 주당 평균 3.1회 외부 활동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교통비를 제외한 지출도 덩달아 늘어 응답자의 60%가 관내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행시간 절감, 대기오염 비용 절감, 경제 활성화 등 모든 지표에서 고루 긍정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고 한다. 무상교통이 가져오는 유무형의 이익이 비용보다 크다는 계산에서 이 같은 정책이 확산되고 있는데, 향후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지속해서 마련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초읽기에 들어간 초고령사회 진입이 본격화되면 부담해야 할 액수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시행하기도 전에 세수 부족에 발목이 잡혀 무상교통이 무산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복지제도는 일단 시행되고 나면 이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에 지하철 무임수송제도가 직면한 현실이 대중교통 무상 정책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경로·장애인·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한 지하철 무임수송제도는 노인복지법에 따라 전국 6대 도시철도 운영기관에서 시행되고 있다.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된 뒤 장애인·유공자 등으로 점차 확대됐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1984년 시행 당시 4.1%에 불과했던 노인인구가 지난해 전체 인구의 20%에 육박할 정도로 비중이 커지자, 지자체와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최근 5년간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연평균 당기 손순실 가운데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이 약 41%에 이른다. 특히 가장 많은 승객이 이용하는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지난해 3663억 원의 무임승차 손실을 기록했는데, 만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요금 인상에 따른 세대 간 갈등이 고조되는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무임승차 혜택의 연령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보다 경제 사정이 좋은 해외 선진국에서도 조건 없는 무상 교통복지를 제공하는 곳은 거의 없다. 프랑스(일드프랑스)는 소득 기준을 둬서 월 소득 약 296만 원 미만인 65세 이상의 퇴직자·장애인·재향군인에게만 무료 정기권을 준다. 영국은 런던 거주 60세 이상 및 장애인에게 버스·트램·지하철을 무료로 제공하지만, 러시아워 시간대는 이용이 제한된다. 일본도 70세 이상 저소득자가 약 1만 원을 지불하면 연간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식이다. 만 65세 이상의 노인이라면 소득·이용 시간·거주지 등 조건 없이 무제한의 혜택을 제공하는 국내 지하철 정책에 대해 지자체에서는 지하철 무임수송제도가 전두환 대통령 지시로 도입된 국가 사무적 성격을 띠는 만큼 정부가 비용을 보전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레일은 무임 수송 비용의 70%를 정부로부터 보전받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2022년 도시철도를 운영 중인 17개 지자체가 공동으로 국비 지원 건의문을 전달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초고령 사회를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노인을 위한 필수적 교통복지인 지하철 무임수송제도의 위기가 수년간 방치되고 있는 실정에서 또 다른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이 지하철과 같은 결말을 맞이하지 않으려면 비용 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합의 과정에서 무상교통의 한 축인 지하철 무임수송제도의 국비 보전 문제를 가정 먼저 다루어야 한다. 해묵은 난제를 풀고 새로운 기준 아래 폭넓은 영역에 걸쳐 무상교통의 안정적 운영이 이뤄질 때 비로소 지속가능성도 확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