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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국부펀드, 상반기 229조원 손실로 작년 수익 '증발'

고준혁 기자I 2022.08.18 11:20:49

상반기 수익률 -14.4%, 벤치마크는 웃돌아
주식·채권 모두 손실···"메타 투자가 큰 피해"
탕엔 CEO "아직 최악은 안왔다" 경고도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올해 상반기 200조원이 넘는 투자 손실을 보았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올린 수익과 맞먹는 규모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측은 최근 주식이 반등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것으로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니콜라이 탕엔 노르웨이 국부펀드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조2000억달러(약 1577조원)를 굴리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상반기 투자 수익률이 마이너스(-)14.4%를 기록해 총 1740억달러(약 229조원)의 손실을 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자체 설정한 벤치마크를 1.14%포인트 상회한 것이나, 작년 한 해 노르웨이 국부펀드 수익률이 14.5%인 점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 동안 지난해 올린 수익을 모두 잃은 셈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노르웨이은행 투자운영회(NBIM)는 상반기 주식 투자에서 -17%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채권 부문 수익률은 -9.3%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NBIM은 특히 메타(옛 페이스북)에 대한 투자가 주식 손실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메타 주가는 올 초 이후 이날까지 48% 하락했다.

니콜라이 탕엔 노르웨이 국부펀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약세장이 특이한 것은 주식과 채권에서 모두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강도 높은 긴축을 단행하면서, 올해 국채 금리가 올라 국채 가격은 하락했고 주식도 성장주를 중심으로 조정을 받았다.

최근 한 달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약 12% 오르는 등 주식 시장이 반등했으나 탕엔 CEO는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체로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펼쳤던 중앙은행이 긴축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강할 것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긴축도 오랜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탕엔 CEO는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기는 생각보다 힘들 것”이라며 “긴축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어려운 환경은 몇 년 더 지속될 것이며 최악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장에는 매일 투자자들의 돈을 훔치는 기능이 있는데, 지난 7월 시장이 돈을 훔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승 랠리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단기 랠리를 바탕으로 한 섣부른 투자를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노르웨이의 석유 및 가스 산업에서 창출된 수익을 투자하기 위한 목적으로 1996년 설립됐으며, 노르웨이 중앙은행에 자금이 예치돼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투자 권한은 재무부에 의해 부여되는 것으로, 투자 전략을 변경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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