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의 주력사업인 에너지·석유화학과 정보통신기술(ICT)이란 양축이 최악의 상황은 아니지만 정체되거나 저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택한 것이 지난 4년간 ‘집단지성’체제로 SK를 이끌었던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연력을 10년 가량 낮추고 계열사 CEO를 전면 교체했다.
최 회장이 옥고를 치르는 동안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챙겨왔던 김창근 의장 대신 초등학교 친구인 조대식 SK(주)홀딩스 사장을 의장으로 선임했으며, 다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위원회 위원장들도 거의 바꿨다.
또한 핵심 임원들을 여러 업무에 겸임시켜서 그룹내 의사결정 단위를 슬림화했으며, 계열사 CEO 역시 SK하이닉스와 SK E&S 정도를 빼면 교체하거나 내부 승진으로 바꿨다.
장기 불황에 빠진 우리 경제와 급변하는 정치 환경 속에서 어느 때보다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속도감을 높이고 실적 중심의 성과주의를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4년 말 대규모 인사 때 CEO가 된 사람들 대부분이 자리를 이동한 것도 특징이다.
부회장 승진도 2명이 나왔다. SK하이닉스 박성욱 사장이 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 및 실적 개선에 대한 공로를, SK건설 조기행 사장이 체질 개선 및 흑자 전환 공로를 각각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10년 젊어진 수펙스추구협의회…조대식 의장 체제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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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근(66) 의장, 김영태(61)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62), 하성민(59) 윤리경영위원장 등이 2선으로 후퇴하면서 50대 임원들이 포진하게 됐다.
조대식(56) 의장은 최태원 회장과 초등학교 동창으로 대성고·고려대 사회학과를 나와 삼성물산을 거쳐 2007년 SK로 옮긴 뒤 SK(주)홀딩스 사장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전략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한다.
김영태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후임으로는 박정호(53) SK텔레콤 사장이 겸임할 예정이다. 커뮤니케이션위원회는 그룹내 대외협력(CR)과 홍보(PR)를 총괄하는 자리다. 박 사장은 마산고·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회장 비서실장과 SK텔레콤 사업개발실장 등을 거쳐 SK(주) C&C 사장을 맡았다. 정철길 부회장 후임인 에너지·화학위원장은 김준 SK이노베이션(55) 대표가 새롭게 맡고, 글로벌성장위원장은 유정준(54) SK E&S 사장이 유임됐다. 인재육성위원회는 서진우(55) SK플래닛 사장이 맡게 됐으며 ICT위원회 위원장은 박성욱(58) SK하이닉스 사장이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은 최광철(62) SK건설 사장이 맡는다.
SK 관계자는 “그간 수펙스추구협의회는 덕망과 경륜이 있는 그룹내 연장자들이 운영해 왔지만 이번 인사에서 50대 젊은 임원들로 대거 교체됐다. 더 스피드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리더십 쇄신을 통해 경영 복귀 3년차가 되는 최태원 회장체제를 강화하는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SK E&S빼고 CEO 모두 교체…주력 CEO들 여러 업무 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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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지주사인 SK(주) C&C사장은 장동현(53) SK텔레콤 사장이 맡으면서 SK㈜ C&C 사장을 겸임한다. SK하이닉스는 박성욱(58) 사장이 유임되고, SK브로드밴드는 이형희(54) SK텔레콤 부사장, SK네트웍스는 박상규(52) 워커힐 부사장, SK해운은 황의균 SK건설 부사장, SK플래닛은 서성원(52) SK플래닛 사업총괄(COO), SK루브리컨츠는 지동섭(53) 수펙스추구협의회 사무국장, SK가스는 이재훈(55) 글로벌사업부문장이 각각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다.
SK 관계자는 “텔레콤과 이노베이션 CEO들이 각각 커뮤니케이션위원회와 에너지를 겸임하고 홀딩스 사장이 사업부문 C&C 사장을 겸임하는 등 그룹의 의사결정 주체의 수는 줄고 힘은 막강해졌다”고 평했다.
SK그룹은 이번 정기인사를 통해 승진 61명, 신규선임 103명 등 총 164명의 승진인사도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