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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전세계 헤지펀드들의 평균 투자수익률 2%, 실적이 저조해 문을 닫은 헤지펀드 숫자 461개. 지난 2014년 헤지펀드 업계의 실망스러운 성적표다.
그러나 악몽 같았던 이 기간중에도 단연 돋보이는 수익을 낸 매니저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월가 헤지펀드계 떠오르는 스타로 불리는 행동주의 투자자 빌 애크먼(48)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헤지펀드 운용사 중 하나인 LCH인베스트먼트가 26일(현지시간) 발표한 역대 최대 투자수익을 낸 헤지펀드 상위 20개사 랭킹에서 단번에 2관왕을 차지한 것.
지난해 잘 나가는 보톡스 제조업체인 앨러건사를 사들인 애크먼은 한 해동안 투자자들에게 45억달러(약 4조8700억원)의 순이익을 안겼다. 헤지펀드 수익 순위는 해당 펀드가 설립된 후 누적으로 얻은 투자 순(純)수익금(펀드매니저가 받는 운용보수 제외)을 기준으로 하는 만큼 좀처럼 순위 변화가 없기로 유명한데, 지난 2004년 설립된 퍼싱스퀘어는 단 10년만에 116억달러를 벌어들여 19위로 랭킹에 들었다. 역대 헤지펀드 톱20에 속한 헤지펀드들 가운데 퍼싱스퀘어는 사업연수가 가장 짧은 펀드로 기록됐고, 애크먼도 가장 나이가 어린 펀드매니저가 됐다.
이로써 애크먼은 헤지펀드 수익에서 단연 1위를 지키고 있는 전설적인 헤지펀드 매니저 조지 소로스와 3위인 폴슨앤코의 존 폴슨 등과도 겨룰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받게 됐다.
퍼싱스퀘어는 지난해 26억달러에 앨러건을 사들였고 이를 통해 순 투자수익률만 35%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해서 번 수익금만 최소 1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릭 소퍼 LCH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지난해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은 대부분 고만고만해 전세계 모든 헤지펀드들의 투자 수익이 710억달러였고 이는 이전 2년간보다 훨씬 낮았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애크먼과 같이 특출난 매니저가 이렇게 예외적으로 훌륭한 투자 성과를 냈다는 것은 대단하다”고 치하했다.
실제 지난해 전세계 수익률 상위 20개 헤지펀드들의 총 투자수익은 252억달러에 머물렀다. 이 가운데 퍼싱스퀘어 한 곳에서만 20%에 육박하는 45억달러를 번 것이다.
애크먼은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 특정 기업 의결권을 확보한 뒤 기업 구조조정과 경영진 교체등을 통해 회사 경영을 흔들거나 인수한 기업을 재매각하는 방법으로 부를 축적해 왔다. 그 역시 고객에게 최고의 수익률을 안겨주기 위한 전략으로 “행동주의를 통해 (공격대상) 기업이 가진 장기적인 가치에 개입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그 가치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성향으로 인해 사실 애크먼을 바라보는 주위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로펌인 웨치텔, 립턴, 로젠 앤 캐츠사의 마티 립턴 변호사는 “애크먼은 적대적인 인수를 늘 공모하고 이런 계획을 공공연히 떠벌리면서 타깃이 되는 기업에 대해 독설을 날리는 인물”이라고 비판하면서 그의 방식을 “초토화(scorched-earth) 전략”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실제 그는 많은 기업들과 엮여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허벌라이프를 공격하면서 “다단계 영업”이라며 회사를 공격했지만, 구체적인 물증을 내놓지 못해 양치기 소년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또 이 과정에서 허벌라이프에 대한 공격 사실을 미리 누설해 내부자 거래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아 수사도 받고 있다.
캐나다 레스토랑 체인인 팀 호튼스를 인수해 법인세 절감을 위해 본사를 해외로 옮긴 버거킹에 투자하면서 “애국심도 없다”는 비난도 받았다. 국책 모기지사들에 투자해놓고 이를 폐쇄하려는 정부 정책으로 손실이 나자 미국 재무부를 법정으로 내몰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애크먼을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우리가 그를 사랑하건, 증오하건 간에 그는 이제 전세계 헤지펀드계를 이끌어가는 대표 인물이 됐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인정했다. 이제 그의 시대가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