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900조원 눈앞..경기회복 `걸림돌`

권소현 기자I 2011.08.22 15:34:23

이자부담에 가계소비 여력 감소
멀어지는 내수회복..감독당국 규제에 주목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가계빚이 870조원을 넘어서면서 우리나라 경제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기존에 포함되지 않던 대부업체나 증권사의 가계대출을 새로 반영하면서 가계빚 수준 자체가 커진 면도 있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가계빚 증가속도는 우려할만 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처럼 가계빚이 계속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면서 이자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가계 소비여력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내수경기 회복도 멀어지게 된다. 특히 최근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가격까지 하락하면서 가계의 채무상환능력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까지 합치면 가계빚 876조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876조3000억원으로 전월비 18조9000억원 증가했다. 새로 편제한 통계 기준으로 이미 작년 2분기 802조8000억원으로 800조원을 넘어섰고 이제 900조원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증가속도도 작년 2분기 이후 줄곧 10조원 이상씩 늘었다. 작년 4분기에는 27조8000억원 증가했고 계절적으로 비수기로 분류되는 올해 1분기에도 10조4000억원 불어났다.

가계빚 증가속도에 통계 개편으로 새로 포함된 부분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는 것이 한은 분석이다.

박승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통계기준 개편에 따라 증가한 가계빚 잔액은 60조원 정도 된다"며 "기준 개편으로 증가한 것보다는 실제 가계빚이 늘어난 부분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새로 편입된 연금기금 가계대출 증가폭은 1000억원에 불과했고 공적금융기관과 기타금융중개회사는 증가폭이 1000억원에도 못 미칠 정도로 미미했다. 한국장학재단 등 기타에서는 오히려 1000억원 줄었다. 대부분 기존 가계빚에 포함됐던 곳에서 대출이 늘었다는 의미다.

◇이자 내고 나면 쓸 돈 없다

이처럼 가계빚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경제에 더욱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가는 뛰고 임금은 더디게 오르면서 갈수록 이자를 내기에도 빠듯해지고 있다. 가계 소비여력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올해 1분기 명목 임금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0.19% 올랐지만 같은 기간 물가가 4.3% 오르면서 실질임금도 4.08% 감소했다. 실질임금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1년 6개월만에 처음이다. 아직 2분기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4월과 5월에도 각각 실질 임금은 전년비 각각 2.7%, 1.4% 줄었다. 손에 쥐어지는 임금은 늘었어도 실질적인 구매력은 떨어졌다는 의미다.

물론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2분기 실질 가계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늘어나, 3분기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이자로 나간 돈도 크게 늘었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 비용은 11.4% 급증한 월 8만6000원에 달했다. 1분기 11.7% 늘어난데 이어 2개 분기 연속 두자리수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부채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늘어날 수 밖에 없지만 소득 대비 얼마나 빨리 늘어나는가가 문제"라며 "이전에는 금리가 워낙 낮은 수준이어서 괜찮았지만 금리 정상화에 나서면서 이자지급도 늘어났고 가계 재무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 다시 출렁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정상화도 다소 지연되는 모습이지만 가계빚 절대규모가 늘어난 만큼 이자부담도 높아질 수 밖에 없고 이는 내수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감독당국 규제 속도낼까

이처럼 가계빚이 900조원에 육박하면서 금융감독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력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29일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7월 은행들의 가계대출은 2조3000억원 늘어 전월 3조4000억원에 비해 속도를 줄이기는 했지만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결국 금융감독당국이 최근 주요 시중은행에 가계대출 증가폭을 0.6% 이내로 맞추라고 주문하면서 몇몇 은행들이 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노진호 하나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빚이 늘어나면서 감독당국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며 "총량 규제처럼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풍선효과만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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