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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꽃 ‘양귀비’ 그녀를 만나다

조선일보 기자I 2006.06.08 12:08:19
[조선일보 제공] 들판에 가득 핀 양귀비 꽃을 보러 간다고 했더니 다들 “불법 아니냐?”고 했다. “그거 항공 사진 찍어서 단속한다는데?” “옛날에 시골 살 때 이웃이 우리 화단에 몰래 심어 놓았다니까. 큰 일 날 뻔 했지” “30여년 전, 맹장이 터졌는데 할머니가 뭔가 입에 살짝 넣어주더라고. 집에서 비상시 진통제용으로 보관하던 아편이었어”….

전설적인 경국지색 ‘양귀비’와 이름이 같고, 마약 성분 때문에 재배가 금지된 꽃이니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 6월30일까지 ‘양귀비 축제’가 열리고 있는 경기도 ‘포천뷰식물원’. 3500평 꽃밭 가득 양귀비가 폈다<사진>. 물론 마약과 상관 없는 합법적인 꽃이다. “양귀비 꽃은 70여종에 달하는데, 마약 성분이 있는 것은 단 2종류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양귀비 재배한다고 해서 여기저기서 조사도 나왔어요.” 식물원 이철학 원장의 설명이다. 식물원 꽃밭에 핀 개양귀비, 오리엔탈 양귀비, 아이슬랜드 양귀비 등 5~6종 역시 마약 성분이 없다.

‘이게 양귀비야? 이거 많이 봤던 꽃인데?’ 식물원 양귀비 꽃밭을 보고 처음 든 생각. 꽃집에서, 사진 속에서 눈에 익은 꽃이다. 빨강, 하양, 노랑, 오렌지, 파랑, 보라, 창백한 분홍…. 그 중 피처럼 붉은 빨간색 양귀비가 압도적으로 많다. 양귀비는 늘씬하게 올라가면서 미끈한 곡선을 만드는 줄기, 또 수술·암술 다 드러내도록 활짝 벌어진 큼직한 꽃 때문에 사진촬영하기 좋다. 얇은 홑겹 꽃잎에는 섬세한 드레스 자락처럼 아주 살짝 주름이 잡혔다. 한껏 화려하면서도 하늘하늘 가녀린 모습이 남모를 사연을 품은 듯 비밀스러운 구석이 있다.



양귀비 꽃밭을 한 바퀴 돌고 ‘양귀비 국수’(3000원)를 먹었다. 양귀비 잎과 줄기를 넣고 삶았다. 부드러운 국숫발과 약간 까끌까끌하고 쌉싸래한 양귀비 줄기를 입에 넣고는 혹시라도 ‘수상한 맛’이 느껴지길 기대했다. 집중해 씹는 모습을 보고는 요리사 아주머니가 “그래도 양귀비니까…”라며 웃었다. 식물원 평상에 앉으니 살짝 몽롱하다. 있지도 않은 양귀비의 아편 기운 때문이 아니라 푸른 하늘, 꽃밭, 바람…, 자연에 취해 몽롱하다.

포천뷰식물원 입장료는 어른 4000원·어린이 3000원(5~12세). 인터넷 홈페이지(www.viewgarden.co.kr)에서 할인쿠폰을 출력할 수 있다. 오전10시~오후6시 문 연다. (031)534-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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