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기고]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에 득인가 실인가

김아름 기자I 2025.03.24 10:44:39
[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교수]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은 뛰어난 기술력과 인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과 비교했을 때 그 성장 속도가 더딘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여러 장애물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규제의 불확실성, 제한적인 생태계, 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 부족 등은 한국 블록체인 기업들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한국 정부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며 강력한 규제 정책을 시행해 왔다. 2017년 말 발표된 관계부처 합동 긴급대책으로 국내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거래나 투자가 전면 금지되었으며, 가상자산 발행 및 초기 유통(ICO·IEO)도 불가하다. 이러한 규제는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이 해외에 재단이나 법인을 설립하여 사업을 진행하게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국내 고용기회 감소와 세수 손실로 이어졌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 때문에 국내 프로젝트와 서비스들은 원활히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네트워크 부족도 해결되어야 할 중요 과제 중 하나다. 한국 블록체인 기업들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반면, 해외 시장과의 연결성이 부족하다.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들과의 협업도 제한적이며,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프로젝트에 접근하기도 어렵다. 이는 결국 국내 기업들이 국제 시장에서 도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국내 가상자산 제도화에 대한 입법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제 안착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일부 국가들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정책을 통해 관련 산업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는 개방적인 정책과 혁신적인 전략으로 블록체인 허브로서의 입지를 크게 강화했다. 2022년 3월 가상자산 규제 기관인 가상자산 규제청(VARA)를 설립,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VASP)를 위한 포괄적인 규제 체제를 완비했다. 두바이는 2030년까지 가상자산 관련 기업 1000여 개 이상을 유치하고, 4만여 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두바이에 자문기구를 설립했으며, 크립토닷컴, 오케이엑스(OKX), 비트오아시스(BitOasis) 등 22개사가 VARA로부터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VASP) 인증을 받은 상태다. 두바이의 개방적인 정책이 다양한 성과로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싱가포르에서 두바이로 글로벌 블록체인의 허브가 이동했다는 평도 적지 않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가 국내에 새롭게 진입하면 초기에는 로컬 거래소들과 어느 정도 경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이러한 구도는 전체 시장 규모를 확대하고 국내 기업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블록체인 생태계 전반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또한, 글로벌 거래소들이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외 기업 및 투자자들과 협력할 기회를 확보하거나, 이미 검증된 선진 블록체인 서비스를 소개함으로써 이용자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관련 기업들에게는 벤치마킹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기존 거래소들이 보다 안전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보안과 운영의 투명성 향상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도 두바이의 사례처럼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이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고, 블록체인 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폐쇄적인 접근보다는 좀 더 유연하고 개방적인 시각으로 블록체인 산업의 지속 성장을 도모해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선택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배너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