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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교육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경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 ‘학교 졸업생’이라고 주장한 20대 후반의 A씨가 들어왔다. 이후 A씨는 1시간 가량 교내에서 기다리다 10시 3분경 이 학교 교사 B씨(49)를 발견하자마자 얼굴과 가슴, 팔 부위 등을 흉기로 여러차례 찌르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B씨는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고, 현재 한 대학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고 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대덕경찰서 형사팀 전원과 강력범죄수사대 3개팀, 경찰특공대 등 200여명을 동원해 A씨를 추적했고, 사건 접수 후 2시간 17분 만인 이날 오후 12시 20분경 현장에서 서남쪽으로 7~8㎞ 정도 떨어진 중구 태평동 한 도로에서 A씨를 검거했다. 사건 당시 주변 목격자들에 따르면 교사 B씨는 “내가 잘못했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자세한 범행 경위를 조사 중이다.
현직 교사가 교내에서 흉기 피습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교사들은 “끝없는 교권 추락으로 학교마저 안전한 곳이 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교조 대전지부 관계자는 “교내에서 외부인에 의한 무력 사태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학교는 실효성 없이 무분별 개방된 상황”이라며 “출입 통제 조치를 비롯해 학교 전담 경찰을 두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 교사노동조합도 “학교 내 외부인 출입으로 인한 교권침해, 안전사고 문제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돼 왔던 부분”이라며 “학생과 교직원 안전을 위해 교내 외부인 출입 규제 강화 및 수업 중 출입 금지에 대해 계속적으로 요구했지만 학교 자체 규정에만 의존, 이마저도 학부모들의 민원이 있으면 슬쩍 규제 완화가 되는 등 학교 외부인 출입에 대한 규제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매년 외부인이 수업 중 교실에 무단침입해서 학생을 다짜고짜 혼내고, 교사에게 폭언·폭행 퍼붓고, 교무실이나 교장실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며 “학교의 외부인 출입규제 문제는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권, 학교 구성원의 안전이 달린 중요한 문제로 학교 재량 차원의 대책이 아닌 교육청 차원의 대대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윤경 대전 교사노조 위원장은 “이번 대덕구의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칼부림 사건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면서 “교권은 무너졌고 학교는 안전하지 않다. 교육청에 교권보호 및 교사 안전에 대한 보다 강력한 대책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남 교사노조도 “학생·교직원 안전을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행정실에서 방문증을 받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으나 현관 입구부터 잠금장치가 돼 있는 학교는 극히 일부밖에 없다”며 “학생과 교직원 안전을 위해 학교 출입 통제, 안전 시스템을 철저하게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학생과 학부모들도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대전의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폭력이나 괴롭힘, 외부 침입으로부터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며 “외부인 학교 출입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