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매장인데 OO점은 지원금 사용이 가능하고 XX점은 안 되더라고요. 도대체 무슨 기준인가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를 본 국민들을 지원하고 지역 내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신청이 지난 6일부터 시작됐다. 일주일간 온라인을 통해 지급 대상자의 68.2%가 지원금을 받은 가운데, 복잡한 국민지원금 사용처를 두고 소비자들이 혼선을 겪고 있다.
|
◇“편의점 가전제품은 되는데 마트 식재료는 못 사”
정부가 소득 하위 88% 국민을 대상으로 1인당 25만원씩 국민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하면서 사용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민지원금의 용도나 품목을 제한하지 않고 사용처를 제한한 탓에 소비자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
같은 브랜드 매장이라도 직영점인지 가맹점인지에 따라 사용 여부가 다른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김모(24·여)씨는 “같은 물건을 사는데도 왜 OO점은 가능한 거고 XX점은 안 되는 거냐”면서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데 지점별로 차별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실제로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이 제외되면서 편의점 업계는 ‘국민지원금 특수’를 겨냥한 대규모 할인과 증정 행사에 나서고 있다. 몇몇 편의점은 최신 냉장고·TV·스마트워치·블루투스 이어폰 등 고가의 전자제품까지 판매하고 있다. 실제 GS25와 이마트24에서는 국민지원금 지급 이후 판매를 개시한 삼성 ‘갤럭시워치4’가 품절 사태를 겪기도 했다. 같은 제품인데 유통처에 따라 사고 못 사고가 결정되는 식이라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국민지원금으로 편의점에서 이어폰을 구매했다는 정모(27·남)씨는 “자취생 입장에서 편의점이 백화점인 셈”이라며 “대형마트에서 사면 더 싸게 살 수 있는데 더 저렴하게 구매하지 못해 아쉽긴 하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주부 라모(50·여)씨도 “대형마트에서 장을 자주 보는데 대부분 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는 곳이라 아쉽다”며 “편의점에는 생필품이랑 거리가 먼 것도 많이 팔던데 도대체 무슨 기준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를 많이 하는 소비자들은 국민지원금을 현장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점이 불편하다고 하소연한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자지급결제대행(PG) 서비스 이용실적은 일평균 863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2.8%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온라인 결제를 주로 하는 소비자들은 국민지원금을 사용하기 위해 대면 접촉을 해야 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배달앱을 많이 사용한다는 김모(28·남)씨는 “이왕 국민지원금 줄 거 누구나 쓰기 편하게 제공했으면 좋겠다”며 “대면 접촉 안 하려고 평소 거의 온라인 결제만 하는데 지원금을 어디에 써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지원금 사용처를 제한하는 것 자체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국민들을 돕겠다는 재난지원금 취지에 맞지 않다며 국민이 필요한 곳에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기준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층의 경우 (온라인 등) 사용처가 매우 다양한데 지금 기준은 불분명하고 엉뚱하다”며 “정해진 품목에만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거나 쌀 등 생필품만 살 수 있도록 품목을 제한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재난지원금은 중소영세상인을 돕자는 취지인데 편의점에서 비싼 가전제품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자동차나 고가의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소상공인에게 지출이 집중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복잡하고 인위적인 분류 기준으로 사용처를 제한하면 소비자에게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뿐”이라며 “국민지원금 사용처를 제한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