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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있는 아내와 전화 중 "널 찾고 있다"는 낯선 남자 목소리

정다슬 기자I 2020.08.18 10:19:03

WSJ "北으로 의심되는 해킹 문자·메일 등 발송"
고도의 해킹 능력으로 탈북자 괴롭히기도 디지털化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북한이 지속적으로 탈북자를 겨냥한 해킹을 시도해 괴롭히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18일 WSJ에 따르면 탈북자 허광일 씨는 발신자를 추적할 수 없는 전화번호로부터 문자나 전화를 몇 번이나 받았다. 최근에는 “요즘 재밌니”라는 문자를 받았다. 중국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에서는 배경음으로 들리는 소음밖에 들리지 않았다.

1990년대 탈북한 박상학, 박정오 씨도 최근 악성코드가 담긴 이른바 ‘피싱’ 메일을 연달아 받았다.

형인 상학(52) 씨는 지난해 한국 정부 관계자를 사칭한 메일을 받은 후 메일 사용을 일시 중지하기도 했다. 그는 그 후 한국 정부 당국으로부터 북한 공작원이 배후에 있다고 들었다고 한다.

WSJ가 국가정보원에 관련 사실을 확인했으나 대답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상학 씨는 “필요하다면 전 세계 끝까지 너를 추적할 것이라고 북한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나는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2011년과 2012년 적어도 2차례 암살시도를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상학 씨는 한국에 온 후 한국 드라마나 뉴스가 담긴 USB나 역사책, 성경 복사본을 담은 풍선을 북한을 향해 날리는 이른바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있다. 북한 정부에 대한 항의의 의미에서다.

동생인 정오 씨도 5월 하순부터 이상한 메일을 받고 있다. WSJ가 직접 확인할 결과, 메일은 다른 탈북 운동가의 메일로 발송돼 기부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탈북 운동가는 이같은 메일을 보낸 적이 없다고 한다.

WSJ는 남북·북미 관계가 개선될 당시 탈북자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던 북한이 다시 남북·북미 관계가 경색하면서 다시 공격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올 들어 북한은 국영미디어를 통해 대북전단 살포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탈북자 개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 수법도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피를 묻은 도끼나 죽은 쥐를 보냈으나 최근에는 해킹을 시도한 스미싱, 피싱 메일이 많아지고 있다.

2018년에는 북한 해커 집단으로 추정되는 단체가 한국정부의 전자데이터베이스에 침입해 탈북자 1000여명의 이름과 주소, 생년월일 등을 훔쳤다. 한국 연구자들은 지난 3일 탈북자나 탈북자 지원단체를 노린 사이버 공격이 많아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WSJ는 북한에 가족을 남기고 온 한 탈북자의 사례도 전했다. 한 2년 전 북한에 있던 아내와 전화를 하던 중 갑자기 낯선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북한의 비밀경찰관이라며 “널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후 이 탈북자는 즉시 자신의 휴대폰을 버리고 다른 휴대폰을 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알지 못하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는 후문이다. 발신지는 한국이었다.

이 전화를 건 이는 “우리가 너를 못 찾을 거라고 생각했니”라고 말했다. 이 탈북자는 현재 미국으로 이주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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