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대출규제 본격 시행..'속타는 강남, 춤추는 비강남'

김성훈 기자I 2016.07.03 15:08:10

개포주공 1단지·잠실주공 5단지 매수 문의·거래 끊겨
닷새 만에 가격 2000만~3000만원↓…가격조정 들어가
건설사 중도금 대출 연대보증 '장기적으로 힘들 것' 예상에
중도금 대출규제 피한 단지에 구름인파 "양극화 예상도"

△분양 아파트 중도금 대출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급등세를 보이던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매매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서울 송파지역 재건축시장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잠실주공 5단지 전경.[사진=김성훈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원다연 기자] “롤러코스터 아시죠? 지금 딱 그거 탄 기분입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했을 때 하루에 매매 거래가 3~4건씩 이뤄졌는데 정부가 얼마 전 아파트 분양 중도금 대출 규제를 내놓은 이후 손님은커녕 전화 문의조차 없습니다.”(서울 잠실동 E공인중개사 대표)

지난 2일 서울 송파지역 재건축시장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잠실주공 5단지(전용 76~82㎡ 3930가구) 내 상가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겨 한산하기만 했다. 아파트 매수세가 확 줄면서 아파트값도 하락세다. 이 아파트 전용 76㎡형은 지난달 13억 7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종전 최고가(13억 6000만원)를 갈아치웠다. 그러나 2주 만에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3000만원 떨어졌다. 그런데도 입질이 전혀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추진 아파트값도 오름세가 멈춰 섰다. 압구정동 G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서울시가 오는 8~9월쯤 압구정동 재건축 계획안 발표를 예고하면서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다가 지난 주 들어 보합세로 돌아섰다”며 “정부의 중도금 대출 규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자는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도금 대출 막혀 속타는 투자자와 건설사

‘3.3㎡당 4000만원 시대’를 열며 질주하던 강남 재건축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재건축 분양 열기가 거세지면서 강남 재건축 투자에 나서려던 투자자들과 3.3㎡당 분양가 5000만원 시대를 열겠다던 건설사들은 정부가 꺼내 든 ‘9억원 초과 아파트 중도금 대출 금지’ 조치에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분주하다. 고분양가 책정에 제동이 걸린 강남 재건축 단지가 일제히 가격 조정에 들어간 가운데 중도금 대출을 피해간 단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며 분위기가 엇갈린 모습이다.

△ 오는 8일 일반 분양을 앞둔 디 에이치(THE H) 아너힐즈(개포 주공3단지 재건축 단지)는 정부의 중도금 대출 규제를 받는 첫 강남 재건축 단지로 관심을 끌고 있다. 디 에이치 아너힐즈 공사현장 [사진=원다연 기자]
오는 8일 일반분양을 앞둔 ‘디 에이치(THE H) 아너힐즈’(옛 개포주공3단지)는 정부의 중도금 대출 규제를 처음으로 적용받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다. 이 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30일 강남구청에 디 에이치 아너힐즈의 분양승인을 신청했다. 중도금 대출 규제가 시작되는 이달 1일 이전에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기 위해 일정을 앞당겨 분양을 신청했지만 해당 자치구인 강남구가 구비 서류 미비를 이유로 승인을 보류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일반분양이 73가구 밖에 되지 않는데다 직접 중도금 대출 연대보증을 설 수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주택금융공사(HUG)가 중도금 대출 보증을 시행하지 않았을 때도 건설사가 중도금 대출 연대보증을 서 왔다”며 “신용등급도 높아 대출 보증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공사 연대보증은 건설사의 부채비율을 높여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회계 기준이 바뀌면서 건설사들이 중도금 대출 연대보증을 서게 되면 재무재표에 주석으로 달리게 돼 보증액 규모에 따라 신용등급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건설사의 중도금 대출 연대보증이 정부 규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건설사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출 제한 적용 대상 여부에 따라 청약률 엇갈릴 듯

투자자들은 중도금 대출 보증이 어려워진 강남 재건축 단지 대신 중도금 대출 규제에서 자유로운 아파트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대림산업이 서울 동작구 흑석7구역(흑석동 158번지 일대)을 재개발해 공급하는 ‘아크로 리버하임’ 아파트 모델하우스(전용면적 39~135㎡ 1073가구)에는 지난 1일 개관 이후 사흘간 3만 8000명의 구름 인파가 몰렸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2240만원으로 일반분양하는 405가구(전용 59~84㎡)가 대출금 보증 규제 기준인 9억원을 밑돈다. 흑석동 H공인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 보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에다 입지도 좋아 분양권 프리미엄(웃돈) 규모도 예상했던 3000만~4000만원보다 더 붙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중도금 대출 규제로 투기성 청약의 거품이 빠지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고분양가 행진도 다소 주춤해질 것”라면서도 “중도금 대출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경쟁력을 갖춘 재건축·재개발 단지에는 투자 수요가 몰리고 청약률도 오르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대림산업이 서울 동작구 흑석7구역(흑석동 158번지 일대)을 재개발해 공급하는 ‘아크로 리버하임’ 아파트(전용 39~135㎡ 1073가구)모델하우스에는 지난 1일 개관 이후 사흘간 3만 8000명의 구름 인파가 몰렸다. 아크로 리버하임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 [사진=대림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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