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올해 마지막날인 12월31일. 약 350조원 규모의 새해예산안을 국회에 묶어놓고 있는 것은 국정원개혁법안도 부자증세법안도 아닌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이하 외촉법)이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외촉법 처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국정원개혁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강공작전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은 장시간 의원총회까지 열어 외촉법 수용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못했다.
대체 외촉법이 무엇이길래 한해 예산안의 발을 묶어놓는 것일까.
외촉법의 핵심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증손자회사)를 설립할 때 지분 100%를 보유해야하는 의무조항을 외국인과 합작법인으로 설립할 경우, 지분 50%로 규제를 완화하는 ‘예외조항’을 두자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통과를 촉구하는 법안은 지난 5월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외촉법 개정안을 토대로 한다. 여기에 같은당 이채익 의원이 지난 10월 △중소영세업종 침해 방지 △손자회사가 합작법인의 지분 50% 이상을 보유할 것 △외국인 회사 보유 이외 지분은 모두 손자회사가 보유할 것 등의 조건을 충족할 경우에만 예외를 허용토록 하는 수정안을 다시 마련했다.
‘투자하는 사람 업고도 다닌다는데 예외조항 하나 두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냐고 할 법하지만 그동안 논의과정을 살펴보면 찬반논리에 진영논리까지 가세해 간단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외촉법 개정안은 올 하반기부터 정부·여당이 경제활성화 법안처리를 강조할 때 항상 첫머리에 언급해온 법안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현재 일본기업과 파라자일렌(PX)이라는 신소재 합작투자에 나선 SK종합화학, GS칼텍스 등이 약 2조 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1만 40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외촉법’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정기국회때 꼭 통과돼야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여권으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법안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그동안 SK와 GS 등 특정대기업을 위한 특혜법이고 현행법상 손자회사로도 사업추진이 가능하며, 산업위원회 소관법인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아닌 정무위원회 소관의 공정거래법에서 규제완화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실제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31일 외촉법의 법사위 상정을 반대하면서 “정식으로 하려면 정무위에서 논의해야 할 법인데 산업통상위에서 올린 것 자체가 원칙에 어긋나는 변칙이자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여당이 그간 강조해온 투자·고용효과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논란을 키웠다. 정부·여당은 법이 통과만 되도 2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와 1만4000여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밝혀왔지만, 직접고용효과는 훨씬 적다는 것이다.
반면 외촉법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직접고용뿐만 아니라 간접고용효과도 따져봐야하고, SK와 GS가 진행중인 투자는 중국의 산업고도화 움직임에 대응하는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국내 화학산업 전반에 미치는 피해는 더 크다고 강조한다.
외촉법 수정안을 발의한 이채익 새누리당 의원은 31일 저녁 9시께 기자회견을 자청해 “SK나 GS의 파라자일렌 공장은 중국·일본 등에서 매우 유망한 화학업종이고 이번에 실기하면 화학산업이 매우 침체를 겪는다”면서 “외촉법은 단언코 재벌특혜법이 아닌 기업을 살리기 위한 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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