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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 커진 K바이오, 박수치긴 이르다[생생확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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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두 기자I 2026.06.30 06:01:02
위상 커진 K바이오, 박수치긴 이르다[생생확대경]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막을 내린 '2026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들린 말은 "한국이 정말 많이 왔다"였다.

빈말이 아니었다. 올해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약 1200명을 파견했고 부스 없이 개별 미팅만 진행한 기업까지 포함하면 참가 기업은 350곳에 육박했다.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행사 사상 처음으로 한국 바이오산업만을 조명하는 공식 세션 '코리아 라이징(Korea Rising)'까지 마련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풍경이다. 이제는 글로벌 빅파마가 한국 기업 부스를 먼저 찾고, 한국을 단독 주제로 한 세션이 열린다. K바이오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변화는 숫자만이 아니었다. 과거 바이오USA에서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제약사를 찾아다니며 미팅 기회를 얻는 데 집중했다. 올해는 분위기가 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4년 연속 단독 부스에서 사전 예약 미팅만 90건을 진행했고 셀트리온은 200여 개 기업과 파트너링을 추진하며 부스 방문객 2000명을 넘어섰다.

갤럭스와 에즈큐리스는 개막 첫날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연구 계약을 공개했고, 베링거인겔하임은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한국 기술 글로벌 빅파마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중심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그러나 현장을 나흘 동안 지켜본 기자에게는 박수만 보내기 어려운 어두운 면도 분명해 보였다. 가장 먼저 K바이오가 받은 주목의 상당 부분은 중국의 부재에 따른 반사성이었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학회 및 행사에서 주목을 받았던 중국이 올해 바이오USA 행사장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미국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추진 여파였을까. 중국 기업과의 거래 불확실성이 커지자 상당수 기업이 전시장 대신 인근 호텔에서 별도 미팅을 진행했다는 이야기가 현장에서는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한국 기업이 받은 관심에는 이 같은 빈자리를 메운 반사효과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실제 한국 CDMO 기업에는 "미국에 자체 생산시설이 있느냐"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주목받은 배경에는 기술력뿐 아니라 중국을 대체할 '안전한 공급망'을 찾는 글로벌 수요도 자리하고 있었다.

반사이익은 분명 기회다. 하지만 외부 환경이 바뀌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결국 이를 실력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일시적인 호재에 그칠 수밖에 없다. 화려한 미팅 건수에 비해 손에 잡히는 대형 계약이 예년보다 많지 않았다는 점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바이오USA의 미팅은 어디까지나 '관심의 시작'일 뿐 계약이 아니다. 기술수출이나 투자로 이어지려면 후기 임상 데이터, 차별화된 기전, 제조 경쟁력, 지식재산권, 사업화 전략까지 모두 입증해야 한다. 투자자가 봐야 하는 것은 미팅 건수가 아니라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과 실제 개발 의지다. 미팅 100건보다 계약 한 건이 어렵고, 결국 그 한 건이 기업의 실력을 증명한다.

국내 기업 상당수는 전임상이나 임상 1상 단계의 유망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글로벌 빅파마가 실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임상 2·3상 후기 자산이 여전히 부족하는 것도 뼈아프다. 빅파마는 플랫폼이나 초기 데이터에는 관심을 보이지만, 실제 투자는 후기 임상에서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뒤 이뤄진다. 관심이 곧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물론 올해 바이오USA는 역대급 K바이오 존재감을 확인한 무대였다. 다만 내년에는 존재감이 아니라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박수를 실력으로 관심을 계약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K바이오에 남은 진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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