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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개인들의 골드바 및 금화 순구매량은 25톤으로 전년대비 4.7배 급증했다. 이는 통계적으로 비교 가능한 2010년 이후 최대 규모다. 구매량 증가율은 2위인 이집트(83% 증가)를 크게 앞질러 독보적이었다.
골드바·금화를 포함한 전체 보석 제품에 대한 개인들의 순구매량은 60.7톤으로 전년대비 30% 늘었다. 이 역시 크림반도 강제병합으로 미국 등의 제재를 받았던 2014년 이후 최대 규모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러시아 경제 및 루블화에 대한 불신이 ‘안전자산’인 금 구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제재 이후 러시아의 물가상승률(전년대비)은 지난해 4월 17.8%까지 치솟았다. 이후 다소 안정화하긴 했지만 올해 1월에도 11%를 기록하는 등 두자릿수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루블화 가치가 하락해 같은 물건을 사려 해도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된 것이다.
금융·귀금속 분석가인 카메이 유이치로는 “러시아 국민들은 무국적 통화인 금으로 루블화 가치 하락 위험을 헷지하려 생각하고 있다”며 “(지난달) 러시아산 원유 수출가격 상한제 시행 등으로 정부 재정이 악화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개인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금 수요 급증에는 중국도 기여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금은 약 3억 9000만달러(약 5064억원)어치로 전년대비 60% 가량 급증했다. 지난해 연평균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7톤 규모로, 2021년(4톤)을 크게 웃돈다.
니혼게이자이는 “서방의 제재로 국제시장에선 러시아산 금을 매각하기 어려워졌지만, 중국이 러시아산 금을 계속 사들여 환금 수단도 확보됐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 러시아의 금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