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경상흑자 역대 3위..연간 800억달러 넘을 듯(종합)

최정희 기자I 2021.08.06 11:07:43

한국은행, 올 상반기 국제수지 잠정 발표
상품수지만 경상흑자 효자 아냐..'운송·배당흑자'도 급증
운송수지 흑자, 역대 1위..배당 등 본원소득 흑자, 역대 2위
내국인, 해외 주식 투자 증가 1위. 외국인, 국내 채권 투자 1위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폭이 440억달러를 넘어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전망치 110억달러를 웃도는 수치라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폭이 800억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 경상수지 흑자는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 호조에 따른 상품수지 흑자에 의해 좌우돼 상품수지가 전체 경상수지 흑자폭을 넘어선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주요 항만의 물류 적체가 운임료를 끌어올려 운임수지 흑자폭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해외 현지법인들이 국내 대기업에 지급하는 배당수익이 늘면서 본원소득수지 흑자폭이 역대 2위를 기록한 점도 경상수지 흑자를 늘리는 효자 역할을 했다.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가 모두 사상 최대치 증가세를 보인 것도 특징이다.

(출처:한국은행)
◇ 상품·서비스·본원소득 수지 고루 개선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443억4000만달러 흑자로 2016년 상반기(534억5000만달러) 이후 5년 만에 최대 흑자를 기록하는 등 2016년 상반기, 2015년 상반기(497억달러) 이후 역대 3위 수준의 흑자폭을 기록했다. 6월 경상수지는 88억5000만달러 흑자로 14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황상필 경제통계국장은 “반도체, 화공품, 자동차 수출이 늘어나 상품수지가 개선되고 운송수입이 증가하고 대기업의 글로벌 경영 성과로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 배당수입이 증가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경상수지 흑자폭을 키운 것은 상품수지 영향이 컸다. 상반기 상품수지는 381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흑자폭이 130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수출이 3017억9000만달러, 수입이 2636억2000만달러로 각각 26.6%, 23.6% 증가했고 수출이 수입보다 더 증가하면서 교역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이 많아졌다.

예년에는 상품수지 흑자폭이 전체 경상수지 흑자폭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았으나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상반기 기준 역대 1위를 보였던 2016년엔 상품수지가 623억달러를 기록, 전체 경상수지 흑자폭을 넘었고 이는 코로나19가 터졌던 작년 상반기(상품수지 251억달러, 경상수지 190억달러)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올해는 상품수지보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더 컸는데 이는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모두 큰 폭으로 개선된 영향이다.

서비스수지는 상반기 29억달러 적자로 전년동기대비 적자폭이 66억9000만달러 축소됐다. 이는 운송수지 영향이 크다. 운송수지는 운송수입이 193억3000만달러 급증하면서 58억1000만달러 흑자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교역량은 증가하는데 주요 항만에서 코로나19 확산 등의 여파에 물류가 적체되면서 운임료가 급등한 영향이다. 선박컨테이너운임지수는 상반기 232.2% 올랐다. 여행수지는 30억6000만달러 적자로 전년동월비 1000만달러 축소에 그치는 등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본원소득수지는 118억2000만달러로 흑자폭이 80억2000만달러 급증, 역대 2위를 기록했다. 특히 배당소득수지가 65억1000만달러로 역시 2위를 보였다. 이는 해외 현지법인이 대기업으로 보내는 배당수입 등이 172억8000만달러를 기록한 영향이다.

(출처: 한국은행)
◇ 올 연간 경상흑자 800억달러 넘어서나

한은은 하반기 델타 변이바이러스 등 코로나19 재확산이 본격화했음에도 경상수지 흑자 행진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와 하반기 전망치를 단순 합산할 경우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폭은 800억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한은의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폭 전망치가 330억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반기 수치는 전망치보다 무려 113억4000만달러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여기에 하반기 전망치 370억달러 흑자를 단순 합산하면 813억4000만달러 흑자로 한은의 연간 전망치 700억달러를 넘는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하반기에도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 확산, 원자재 가격 변화, 부품 수급 차질 등은 경상수지 흑자의 가장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올 상반기엔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가 394억7000만달러 증가, 역대 1위 증가폭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284억8000만달러) 기록을 깬 것이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 역시 464억2000만달러 급증, 역대 1위를 보였다. 이는 2007년 하반기(397억7000만달러) 이후 최대치다. 황 국장은 “미국 증시 호조에 개인, 비금융기업의 해외 주식 투자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도 해외 주식 투자가 늘어나곤 있으나 올 1월 100억달러 가까이 급증한 이후로는 계속해서 매수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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