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정이 구정이고, 구정이 시정이라더니"…뿔난 구청 공무원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서울시가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에 앞서 개편한 시장 표창 운용계획을 놓고 시 일선 구청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표창 인원을 줄이고 포상금을 올렸지만, 대상자를 기존 시·구 공무원에서 시 공무원으로 제한을 두면서 ‘제 식구 챙기기’라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29일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 따르면 서울시 인사과는 지난 3월 말 올해 공무원 시장 표창 운영계획을 확정하고 2분기부터 변경된 기준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직무유공에 해당하는 ‘이달의 일꾼’ 표창은 기존 시·구 공무원에서 시 공무원으로 대상자를 축소하고, 포상금은 2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렸다. 포상 대상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구청 공무원의 몫을 없애 시청 공무원들의 포상금을 높인 꼴이다.

이달의 일꾼은 서울시가 매월 말 시행하는 정기포상으로 기관별 포상인원을 배정하고, 정해진 기준 내에서 기관별 주무부서에서 자체 공적심의회 추천을 거쳐 표창한다. 지난해까지 각 자치구마다 매월 1~2명씩 대상자를 선정하면, 서울시청이 표창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일선 자치구에서는 공무원들의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너나할 것 없이 “시정이 구정이고, 구정이 시정이다”는 시정 철학을 강조해온 상황에서 시청 직원에게만 인센티브를 몰아주는 것은 ‘제 식구 챙기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A자치구 관계자는 “구청장 표창을 받으면, 장관급인 시장 표창을 받고 싶은 게 당연하지 않겠냐”면서 “더구나 코로나19 국면에서 가장 고생하는 곳이 행정 일선에 있는 구청, 동주민센터인데, 시청 직원들의 포상금을 늘리기 위해 구청 직원들을 대상자에서 완전히 배제한 것은 지나친감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기존 나눠먹기식 포상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포상금은 낮고, 대상자는 많아 업무 의욕 고취라는 당초 도입 취지가 퇴색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표창 수여율은 12.7%로 16개 광역시 평균 8%를 웃돈다. 서울시와 인접한 경기도(5.1%)와 비교하면 2배 이상 차이난다. 이달의 일꾼 포상금액도 100만원인 경상남도와 비교하면 20%에 불과해 인센티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사업으뜸이(시·구 협력사업 우수 공무원)를 비롯해 효행공무원, 선행상, 하정청백리상, 서울창의상 등을 통해 구청 직원에 대한 포상이 이뤄지고 있어 업무 의욕을 고취시키는 수단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지난 3월 서울 한 자치구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구청 직원이 시설 점검을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서울시 관계자는 “구청직원에 대한 직무유공 표창은 과거 관선 시절 구청이 시청의 하부 조직이던 시절, 구청 직원까지 시장이 다 관장하는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민선 체제에서는 엄밀하게 말하면 구청 직원은 서울시장이 관할하는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청 직원은 구청장, 시장 표창을 모두 받을 수 있지만, 시청 직원은 양쪽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점도 고려해 기존 나눠먹기식 표창제도를 개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의 이같은 방침에 일부 자치구 노조는 현장 직원들의 사기 저하에 대한 내부 우려를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B자치구 관계자는 “포상금은 낮지만, 서울시장 표창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기 진작용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시의 일이 구의 일이고, 구의 일이 시의 일이라고 강조해 놓고 정작 표창에서는 구청을 쏙 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대상자를 축소해야 할 상황이라면 올해 말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내년부터 시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