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무가베’ 시대 열렸지만…갈길 먼 짐바브웨 민주주의

정다슬 기자I 2018.08.03 10:20:28

음난가나와 현 대통령 50.8% 득표율로 당선
민주주의 정권 약속했지만 선거과정 최소 6명 사망
국제사회 비난 높아지는 가운데 음난가나와 "책임자 사법 회부될 것"

△3일 짐바브웨 대통령으로 당선된 에머슨 음난가나와 현 대통령의 선거포스터[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37년 독재자 ‘무가베’ 없이 치뤄진 짐바브웨의 37년만의 대통령 선거에서 에머슨 음난가와나(Emmerson Mnangagwa·75) 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선출됐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지고 비무장 시위자들에게 군인들이 총격을 가해 최소 6명이 숨지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로이터·AFP 등 외신에 따르면 짐바브웨 선거위원회는 음난가와나 대통령이 50.8%를 득표해 44.3% 득표에 그친 경쟁자인 야당 민주변화동맹(MDC) 넬슨 차미사(40) 대표를 꺾었다고 밝혔다. 음난가그와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득표율 50%를 간신히 넘겨 2차 선거는 치러지지 않게됐다.

선관위원장 프리실라 치굼바는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의 에머슨 음난가와나를 짐바브웨의 대통령으로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짐베브웨 국민들이 1980년 영국으로 독립한 지 37년만에 직접 자신들의 대통령을 뽑는 첫 민주선거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반영하듯 대선 투표율은 75%를 상회했다. 짐바브웨는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이 37년 동안 통치하다가 지난해 11월 군부 쿠데타로 인해 물러났다. 무가베 대통령이 영부인인 그레이스 무가베에게 정권을 이양하기 위해 당시 부통령이었던 에머슨 음난가와나를 경질한 것이 원인이었다.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의 거리에서 상점 물건들이 불타고 있다. [사진=AFP제공]
음난가나와는 무가베의 폭압적 통치에서 벗어나 짐바브웨의 통합과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서구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해 외국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선거가 민주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외신들을 직접 초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일 있었던 군부에 의한 유혈사태는 짐바브웨가 민주주의로 한 발 나아갈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을 부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로이터 통신은 군인들이 자제를 촉구하는 외국정부와 국제기구의 요청에도 수도 하라레의 거리를 통제하고 상점들에게 문을 닫으라는 명령을 내린 후 MDC 본부를 봉쇄하고 폭파한 뒤 16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또 그 다음 날에는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비무장시위대에게 총격을 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 같은 모습은 정치적인 억압과 경제적 붕괴를 복구하려는 음난가나와의 노력을 훼손한다”고 말했다. 국제위기감시그룹(ICG)의 피어스 피구는 “무가베가 축출된지 8개월이 지난 후, 군대는 여전히 정치세력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짐바브웨에서 벌어진 유혈사태에 대해 각국이 다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존 마하마(John Mahama) 전 가나 대통령은 “우리는 비무장 민간인에 대해 과도한 무력을 사용한 것을 비난한다”고 말했고 유럽연합(EU)과 국제연합(UN)은 책임자들의 구속을 촉구했다. 그러나 영국은 ‘깊은 유감’ 정도로 끝났고 중국은 질서정연한 선거를 위해 필요한 조치로 봤다.

음난가와나 당선자는 탄압당한 희생자의 가족들에게 조의를 표하고 책임자들이 사법에 회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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