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석(93) 할머니와 한송일(74) 할아버지가 그랬다. 60여년만에 만에 만난 모자(母子)는 “만나서 너무 기쁘다”면서도 고개를 떨군채 쉽사리 수저를 들지 못했다. 이 밥상이 어머니와 아들이 마주 앉아 나눌 수 있는 마지막 식사여서였을까. 꼭 닮은 모자는 고개도 들지 못하고 눈물을 참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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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새우를 손수 까서 어머니 접시에 올려놓았고, 어머니는 아들이 좋아하는 팥죽을 더 먹으라며 덜어주며 그동안 챙겨주지 못했던 미안하고 애틋한 마음을 나눴다.
떨리는 손으로 살뜰히 어머니와 여동생의 접시 위에 음식을 덜어주던 한 할아버지는 그러나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어머니 역시 간신히 참고 있던 눈물을 말없이 뚝뚝 떨굴 뿐이었다.
칠순이 넘은 아들은 자꾸 차오르는 눈물이 떨어질까 고개를 들지 못하고 탁자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엇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에게 손수 밥과 반찬을 떠먹이며 그동안 챙겨주지 못한 모정을 표현했다.
어렵게 먼 길을 왔음에도 북측의 아들을 알아보지 못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가족도 있었다. 남측의 어머니 김월순(93) 할머니는 치매에 걸려 북측에 살고 있는 큰 아들 주재은(72) 할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했다.
점심식사 시간에도 “이이는 누구냐”며 아들을 잘 알아보지 못하던 김 할머니는 큰 아들이라는 말에 “왜 (이때까지) 안 왔냐”며 주 할아버지의 얼굴을 어루만지기도 했다.
남측에서 김 할머니를 모시고 온 둘째 아들 주재희(71)씨는 “개별상봉 때 어머니가 정신이 잠깐 돌아왔었는데 (형님을) 잡으시며 우시더라. 왜 여태 나를 안 찾아왔느냐고 하시면서…. 그리고선 또 바로 누구냐고 하시는데…”라며 가슴을 쳤다.
반면, 전반적인 분위기는 첫날 단체 상봉이나 환영만찬에 비해 화기애애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개별상봉 시간을 보내고 와서인지 가족들은 한층 더 가까이 앉아 가족들만의 이야기를 이어가며 서로 음식과 술을 권하는 등 다정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딸을 만나러 온 우리측 최고령자 구상연(98) 할아버지의 아들 구강서(40)씨는 “여기 계실때 보다 개별상봉 때 (누님들) 표정이 훨씬 표정이 훨씬 좋으셨다”면서 “여기 오니까 또 경직되신 것 같다”고 귀띔했다. 북측의 작은 아버지를 만나러 온 김정호(46)씨는 “개별 상봉때는 (작은아버지가) 아주 많이 부드러워졌다”면서 “저런 얘기(체제선전)도 덜하고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 가족들은 오후 2시 30분까지 점심식사를 마치고 이날 마지막 일정인 단체상봉이 시작되는 오후 4시 30분까지는 따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오후 단체 상봉이 끝나면 저녁 식사는 남북이 따로 하게 되며, 26일 아침 작별상봉을 끝으로 2박 3일간의 짧은 만남을 마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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