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 조사 결과 9월 전망치 원지수는 99.5로, 6월부터 4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BSI 수치가 100 이하일 경우, 전월에 비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기업의 수가 더 많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결과를 9월 경기 역시 8월에 비해 소폭 하향될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추석이 포함된 달의 기업경기전망은 대부분 기준치를 상회했다. 그럼에도 올해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침체, 식탁물가 불안 등으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의 영향이 더욱 우세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추석 요인을 제거한 계절조정치는 92.5로 나타나,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는 여전히 어두운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 자금사정, 고용 등 부정적 전망
대외적으로는 전세계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있다. 유로존의 경우, 그리스가 독일·프랑스와의 정상회담에서 재정긴축 시한을 2016년까지 2년 연장하는데 실패하면서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스페인의 전면적 구제금융과 포르투갈의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 요구에 대한 예상도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2분기 성장률(전기대비)은 1분기 0%보다 더 낮은 -0.2%을 기록하며 경기침체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은 최근 두 차례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7월 소비·투자·생산 지표가 위축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세계경기 침체의 여파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점차 확산되면서 기업의 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금년 1월부터 8월 현재까지 한국 기업을 상대로 진행 중인 수입규제 누적 건수는 122건으로, 작년 전체인 117건을 이미 뛰어넘은 상태이다. 우리 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 소송도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7월 수출증가율이 전년동기대비 -8.8%를 기록한 가운데, 세계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을 가로막는 부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내수 부문 역시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가격 하락, 애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소비심리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8000억원 감소하였던 가계부채는 2분기 다시 11조원 급증하여 사상 최대인 922조원을 기록했으며, 수도권 주택매매가격은 작년 11월부터 9개월 연속 하락세다.
여기에 폭염·적조 등으로 채소와 수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으며, 국제 곡물가격 역시 급등하고 있어 물가불안이 우려된다. 실제로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5%에 그쳤지만,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8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6%에 이르러 양자 간의 괴리는 심한 상태이다.
이상의 요인들로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9를 기록하며 지난 1월 이후 7개월만에 다시 부정적(100이하)으로 돌아섰다.
문별로 살펴보면 투자(98.5), 자금사정(97.1), 재고(106.0), 고용(98.7), 채산성(98.7)은 부정적으로, 내수(107.4), 수출(103.3)은 긍정적으로 전망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97.5) 중화학공업(95.1)이 부진할 것으로, 경공업(105.6)과 서비스업(102.1)은 호전될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