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용 기자] 중국이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첨단산업의 핵심 원료인 희토류의 비축량을 늘리면서 전 세계 희토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것이 시장의 혼란을 불러온 것이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희토류 수입국인 일본과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 대해 반복적으로 우려를 표해왔다. 희토류를 사용하는 관련 산업계의 불만도 점증하고 있다.
중국은 느슨한 규제 덕분에 희토류를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독과점적 지위를 획득했다. 전 세계 희토류의 90%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중국은 그러나 지난해부터 환경보전과 자원고갈 방지를 이유로 희토류 수출량을 40% 줄였다. 일본으로의 수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불법 광산을 폐쇄하고 생산량을 줄이는 동시에 민메탈, 차이날코, 바오터우 등의 국영 개발회사들이 희토류 산업계를 통제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비철금속산업협회 소속 희토류 시장조사기관인 안타이커(Antaike)의 인젠화 애널리스트는 "중국 최대의 희토류 생산업자조차 올 1분기에 단지 1000톤의 산화 희토류를 팔았을 뿐"이라며 "이 회사의 연간 생산량이 5만톤을 웃도는 것에 비해 턱없이 적은 규모"라고 전했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비축한 희토류는 20만톤에 달한다. 연간 생산량의 두 배 규모다. 트레이터들은 최근 거래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투기성 자본이 유입되면서 중국 내 희토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한 트레이더도 "거품이 심하다. 이 정도 가격을 감당할 만한 최종 수요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희토류(Heavy rare earths)의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음파 탐지기 등에 쓰이는 산화테르븀의 경우 3주전 킬로그램당 8750위안 미만이었던 가격이 최근 2만위안(335만원)까지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차 엔진과 풍력 발전기, CT 촬영기 등의 제품 생산에 희토류를 사용하고 있는 제너럴일렉트릭(GE)도 최근 의회 증언에서 미국 정부의 희토류 확보를 촉구했다. 미국와 유럽연합(EU)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정책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도 하다.
FT는 "중국 정부의 통제로 인해 중국 이외 지역의 희토류 생산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면서도 "다만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수년 이내에 희토류의 공급과잉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