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수가 늘어나는 리모델링 단지가 처음으로 청약시장에 나온다. 리모델링 조합에선 ‘강남 1급지’에 맞먹는 3.3㎡당 5000만원대 분양가를 내세웠다. 이 단지가 분양가 규제 정책 사각지대에 있는 ‘덕’이다. 주택시장에선 이 단지 분양 결과가 청약시장에서 리모델링 단지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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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가구 분양으로 규제 회피...역사상 분양가 2위
아남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리모델링으로 늘어나는 29가구를 다음 달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2012년 리모델링 사업에서도 가구 수를 늘리는 게 허용된 이후 분양시장에 나오는 첫 사례다.
조합은 지난달 조합원 총회를 열고 일반분양 물량을 3.3㎡당 약 5200만원에 분양하기로 했다. 전용면적 89㎡형 기준 약 14억~14억6000만원이다. 강남 핵심지에서도 받기 어려운 분양가다. 오금동에서 가장 최근에 입주한 ‘송파 두산위브(2019년 입주)’ 매물 시세가 3.3㎡당 4300만~5900만원인 것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새 아파트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하는 게 부동산시장 통례이기 때문이다.
비밀은 이 아파트가 29가구만 분양한다는 데 있다. 현행 법규상 30가구 이상 분양하는 공동주택은 분양가 상한제(택지비·건축비 원가에서 일정 범위 이상 이윤을 붙여 분양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HUG가 설정한 분양가 상한을 수용하지 않으면 분양에 필요한 보증을 내주지 않는 제도)를 받아야 한다. 뒤집어 생각하면 30가구 밑으로 분양하면 이들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아남아파트는 강남권에서도 손에 꼽히는 고분양가에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HUG 분양 보증을 받은 아파트(도시형 생활주택 제외) 중 3.3㎡당 분양가 상위 1~3위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5273만원)’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라클라스(4892만원)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 리더스원(4892만원)이었는데 아남아파트가 분양하면 2위로 올라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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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물량이 30가구가 안 되면 분양방식도 자유로워진다. 30가구 이상 분양하는 아파트에선 정부가 정한 비율에 따라 청약 가점제와 추첨제로 당첨자를 정해야 하지만 분양 물량이 29가구 이하인 아파트는 이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 아남아파트는 자체 홈페이지에서 청약 신청을 받고 추첨으로만 당첨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아남아파트 분양 결과로 청약 시장에서 리모델링 단지 인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첫 분양 단지라는 상징성에다 높은 분양가 때문이다. 청약 전문가인 정지영(필명 ‘아임해피’) 아이원 대표는 “최근에 서울에 분양 물량이 워낙 없다 보니 추첨으로 당첨자를 정한다면 청약 가점이 낮은 사람이나 다주택자 등이 청약에 많이 뛰어들 것”이라며 “아남아파트 분양이 성공하면 다른 리모델링 단지들도 힘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29가구 분양으로 정부 규제를 무력화하는 방법은 이미 리모델링 단지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 송파구 송파동 성지아파트도 내년 초 29가구 분양을 준비 중이다. 수직증축(꼭대기 층에 2~3층을 더 올리는 방식)을 추진 중인 이 단지는 42가구를 증축하려 했지만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 29가구로 줄였다. 성지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에선 일반분양가로 3.3㎡당 4800만~5000만원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리모델링 후 가치 상승을 생각하면 분양가가 비싸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이달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더샵 트리에(옛 ‘개포 우성9차)’ 전용 108㎡이 현재 31억원 이상 호가한다. 10월 직전 실거래가(24억5000만원)보다 6억원 넘게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