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플랫폼 시대를 타고 한국 웹소설·웹툰 업계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과 이용자를 확보한 대형 플랫폼의 시장 진입으로 웹소설·웹툰 업계는 빠른 시간에 급성장했다. 덕분에 수년간 침체됐던 출판계도 활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형 플랫폼이 사실상 시장을 독과점하는 구조로 성장을 하면서 불공정 계약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한국 문학의 경량화와 상업화에 대한 자정능력이 상실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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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은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인터넷 소설로 시작해 당시에는 서브컬처로 취급됐다. 2013년 네이버가 ‘네이버 웹소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웹소설은 단숨에 주요 콘텐츠 시장으로 성장했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포털의 특성에 웹소설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대중화됐고 매출도 그만큼 늘어났다. 29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웹소설 시장 규모는 2013년 1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6000억원 대로 치솟았다. 7년 만에 60배로 성장한 것이다. 반면 일반 단행본 시장은 같은 기간 매출이 7602억원에서 7132억원으로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성장세가 아닌 매출 규모만 보더라도 웹소설이 단행본 시장 크기를 바짝 쫓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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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플랫폼 덕에 웹소설의 해외 진출도 쉬워졌다. 단행본 문학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출판사가 일일이 발로 뛰며 해외 출판사 혹은 에이전시와 계약을 해야 했다. 반면 해외 유통망을 구축한 대형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복잡한 현지 계약 없이도 빠르게 전 세계에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네이버가 캐나다의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카카오는 미국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인수하며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케팅 이유로 과도한 수수료…“불이익 우려에 말도 못해”
대형 플랫폼이 웹소설 및 출판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이들 플랫폼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 구조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웹소설 이용 경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중복 투표 가능)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8.7%가 카카오의 웹소설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를 주로 이용한다고 답했다. 이어 47.5%가 네이버의 웹소설 플랫폼 네이버시리즈를 이용했다. 즉,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는 독자들을 만나기조차 쉽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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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플랫폼이 시장을 독점하면서 문화 다양성 및 건전한 경쟁마저 제한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은수 출판 평론가는 “지나치게 대형 플랫폼의 조회수나 상업성 중심적으로 시장이 커지다보면 장기적으로 작품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중소형 플랫폼들도 함께 경쟁하며 다양한 작품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판업계는 플랫폼과 창작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협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측은 “플랫폼과 창작자는 결국 서로 상생할 수밖에 없는 관계”라며 “법안이나 규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상생 협의체를 만들어 각자의 의견을 모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다음 달 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국정감사를 열고 대형 플랫폼의 웹소설·웹툰 업계 불공정 계약부터 수익분배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