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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위반인가, 뇌물인가…박영수 전 특검 처벌 가능성은?

남궁민관 기자I 2021.07.11 17:56:33

포르쉐 빌려탄 뒤 3개월 뒤 렌트비 250만원 지급
"무상 대여 추단 가능…김영란법 위반 여지 다분"
'내로남불' 비판 속 뇌물죄 적용 여부도 관심사
"금품 제공 목적 등 수사당국 결과 지켜봐야"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의 언론·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 의혹이 전방위적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이끌었던 박영수 특별검사마저 이에 연루돼 사퇴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박 전 특검은 ‘도의적 책임’만을 인정하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수사당국의 수사 결과에 따라 ‘김영란법’ 위반은 물론 뇌물죄까지 적용할 수 있어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사진=연합뉴스)
◇‘뇌물 전문가’마저 발목…“김영란법 못 피할듯”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가짜 수산업자’ 김씨의 로비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박 전 특검이 지난 7일 사퇴하면서 ‘박영수 특검팀’은 출범 4년 7개월 여 만에 사실상 문을 닫게 됐다. 박 전 특검은 그간 팀을 이끌면서 ‘국정농단’ 사태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뇌물죄 등으로 기소한 당사자다. 그만큼 단순 유력인사들에 대한 로비 의혹보다 더욱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 전 특검은 지난해 12월 중순 김씨로부터 대당 1억원을 훌쩍 넘는 ‘포르쉐 파나메라4’ 승용차를 빌려 탔고, 이후 김씨가 100억원 대 사기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받던 올해 3월 뒤늦게 렌트비 25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져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또 명절에 김씨로부터 대게와 과메기 등 선물을 서너차례 받은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김씨는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선동(船凍) 오징어 매매 사업을 한다며 피해자 7명으로부터 116억 원 상당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지난 4월 경찰에 구속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특검은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사실과 다른 보도 내용은 차후 해명하겠다”며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는 없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일단 승용차를 빌리면서 즉시 렌트비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그 배경과 관계없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이하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지적한다. 참여연대도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렌트비 지급 등에 대한 해명 역시 석연치 않아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일단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특검법)’상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을 적용하면 박 특검은 공무원으로 볼 수 있는 만큼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에 해당한다.

◇특검 인사 다수 연루…“뇌물죄 수사 경과 봐야”

김영란법 위반만으로도 박영수 특검팀에 ‘내로남불’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마당에, 박 전 특검의 혐의에 뇌물죄가 더해질지 여부도 관심사다. 김씨는 박 전 특검에 금품을 제공한 이유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향후 경찰 등 수사당국의 수사 과정에서 금품 제공 배경이 박 전 특검의 직무와 연관돼 있거나 대가성이 있었다고 판단되면 뇌물죄 혐의는 적용될 수 있다.

실제 경찰이 확보한 김씨의 선물 제공 명단에는 박 전 특검 외 특검 관련 인사 3명이 포함돼 있다. 박 전 특검은 과거 특검팀에 파견 근무했던 이모 부장검사에게 “포항 지역 사정 파악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김씨를 직접 소개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 검사는 경찰로부터 김영란법 위반으로 입건된 상태다. 박 전 특검은 특검팀이자 자신이 대표로 있던 법무법인 강남 소속 이모 변호사를 김씨에게 소개해주기도 했는데, 이 변호사는 박 전 특검에 김씨의 포르쉐 차량을 빌려 타보라고 제안한 인물이자 현재 김씨의 사기 혐의에 대한 변호를 맡고 있다. 특검팀 지원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검찰수사관도 선물 제공자 명단에 올라 있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박 전 특검의 직무범위에 김씨가 청탁을 할만한 것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향후 금품 제공의 목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상황이 뒤집힐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김씨에 대한 수사를 맡고 있는 경찰의 수사역량을 감안하면 박 전 특검의 뇌물죄를 입증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박 전 특검 뇌물죄 적용 여부는 포르쉐를 왜, 어떤식으로 제공했는지 정확한 배경을 파악하는데에 달려있다”면서 “경찰이나 공수처보다는 전문수사역량을 갖춘 검찰이 직접 사건을 맡아야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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