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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비디오설치작품인 ‘수사슴’(Stag)이 6억 6000만원(460만홍콩달러)에 팔렸다. 10년 만에 다시 쓴 작가의 최고기록이다.
28일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서 열린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수사슴’은 100만홍콩달러서 호가를 시작해 치열한 경합 끝에 시작가의 4배를 웃도는 가격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전까지 백남준의 최고가 작품은 ‘라이트형제’(Wright Brothers). 2007년 11월 크리스티홍콩경매서 54만달러(6억 474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1996년 제작한 ‘수사슴’은 높이와 길이가 1m 남짓한 사슴 모양의 동물모형에 네 개의 TV 모니터를 단 작품이다. 백남준의 예술에서 중요한 코드로 쓰인 성(sex)을 소재로 한 것으로 모니터 영상에 수영복을 입은 모델을 넣어 화제가 됐다. 빨갛고 긴 전구로 표현한 사슴의 뿔과 꼬리는 백남준 특유의 성적 은유를 유머러스하게 드러내는데 그의 작품 중 몇 안 되는 동물로봇이기도 하다. 꼬리가 박힌 사슴 엉덩이 부분에 한글·영문·한자 등 세 개의 서명이 함께 들어 있는 것도 특징이다.
‘수사슴’의 모니터는 여성 모델과 더불어 만화경처럼 현란하고 화려한 이미지를 빠르게 반복한다. 기승전결의 스토리 없이 이처럼 강렬한 이미지를 등가로 배열·반복하며 빠른 속도로 되돌리는 백남준의 영상은 2000년대 들어 본격화한 다양한 뮤직비디오나 광고 영상의 모티브가 됐다.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은 “그간 백남준이 미술사에 남긴 업적에 비해 시장에서의 가격이 저평가돼 안타까웠다”며 “이번 경매가 백남준을 비롯해 한국 근대작가들의 미술사적 가치와 선구자로서의 역할을 국제시장에서 확인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옥션은 이번 홍콩경매에선 출품한 87점 중 67점을 팔아 77%의 낙찰률을 써내며 140억원(9716만홍콩달러)의 낙찰총액을 기록했다. 지난 3월 홍콩경매에서 기록한 낙찰률 67.79%보다 9.2%p 상승한 결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