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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광란의 트리스탄’을 모티브로 삼은 서커스 공연이 한국을 찾는다. 오는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아트서커스 ‘라 베리타’다.
세계적인 서커스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가 달리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다. 어둠 속에서 정장을 입은 한 중년 남성의 등장으로 공연은 시작한다. 어떤 화가의 그림을 경매에 붙일 것이라는 말과 함께 달리의 ‘광란의 트리스탄’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압도적인 이미지를 배경으로 형형색색의 출연자들이 등장해 아크로바틱과 연극·춤·음악·미술이 결합한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펼친다.
공중제비·그네·밧줄타기·폴 댄스·저글링·훌라후프 등 익숙한 서커스 퍼포먼스를 한 편의 예술 작품처럼 선보인다. 수채화 같은 조명 아래 반라의 무용수가 밧줄을 타고 날아오르고 코뿔소 탈을 쓴 출연자들이 붉은 실타래를 하늘 높이 던져 주고받는다. 달리의 그림이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초현실적인 비주얼의 서커스다.
달리는 2차 세계대전을 피해 미국에 머물던 당시 당대 최고의 안무가인 레오니드 마신의 의뢰로 1944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발레 ‘광란의 트리스탄’의 배경 막을 그렸다. 높이 9m, 너비 15m에 달하는 이 대작은 공연 후 분실돼 한동안 자취를 감쳤으나 2009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창고 속에서 다시 발견됐다.
이후 경매에 붙여진 그림은 한 익명 수집가에 손에 넘어갔다. 이 수집가가 그림을 본래 목적대로 공연 배경 막으로 사용할 것을 파스카에게 제안하면서 ‘라 베리타’가 탄생했다. 2013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초연한 뒤 미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호주·뉴질랜드·우루과이·브라질·콜롬비아·아랍에미리트·멕시코·뉴질랜드·홍콩 등 세계 20개국에서 400회 이상 공연하며 3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파스카는 스위스 출신의 작가, 연출가 겸 마임이스트다. 서커스를 쇼에서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캐나다의 양대 서커스 단체로 손꼽히는 ‘태양의 서커스’와 ‘서크 엘루아즈’에서 모두 연출을 경험했다. 서크 엘루아즈의 ‘네비아’와 ‘레인’으로 2008년과 2011년 두 차례 한국을 찾았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과 영국 국립오페라단의 위촉을 받아 ‘아이다’ ‘레퀴엠’ 등의 오페라도 연출했다.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 폐막식과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 올림픽 개·폐막식의 무대 연출도 맡았다.
이번 공연은 서울에 앞서 울산(4월 21·22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먼저 공연한다. 서울 공연 이후에는 대전(5월 5·6일 대전예술의전당)과 대구(5월 10·11일 수성아트피아)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서울 공연 예매는 LG아트센터에서 할 수 있다. VIP석 10만원, 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4만원.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