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탐사 후 석유가 발견되지 않아 버려진 폐시추공을 활용해 시추선(드릴쉽) 핵심설비인 시추시스템을 시험평가하는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이 글로벌 시추선사인 머스크드릴링사(社)에 최근 인도한 ‘머스크 벤쳐러호’가 동해 8광구 울릉분지 내 폐시추공(주작-1)에서 시추시스템 시험평가를 수행하기 위해 이날 울릉분지 해역으로 출항했다.
이번 드릴쉽 테스트는 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KOMERI)이 주관하며 오는 11월초까지 약 한달간 진행될 예정이다.
시추선이 작업해역에 도착하면 해저 1860m에 위치한 주작-1의 정두(시추장비와 유정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장치)에 유정폭발방지기를 결합·분리하는 시험평가를 실시하게 된다. 유정폭발방지기는 유정에 이상이 생길 경우 자동적으로 원유가 흘러나오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다.
글로벌 시추 선사들은 그동안 한국 등에서 건조한 시추선을 약 2만8000km 떨어진 멕시코만, 북해 등 작업해역으로 이동해 시험평가를 실시했다. 시추선 이동시 일일 용선비용만 5억5000만원에 달해 그 과정에서 수리, 개조 사항이 발견된 경우 보완에 많은 비용을 들여야 했다.
그러나 이번엔 조선소 인근 해역 폐시추공인 주자-1에서 실시하게 된 것이다. 주작-1은 석유가 전혀 발견되지 않은 건공으로 밝혀지면서 시추시스템 시험평가를 위한 최적지로 주목받아 왔다.
산업부는 이번 시험평가 사업이 테스트 전용설비로는 세계 최초로 추진되는 만큼, 향후 우리 해양플랜트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폐시추공을 이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 에너지개발 및 해양플랜트 운영 등 고급 전문인력을 양성, 해양플랜트 제작 경쟁력 강화 등 창조경제형 사업의 모범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번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실시되면 시험평가 항목의 단계적 확대, 차세대 시추시스템(2만PSI급 BOP) 시험평가 기반도 구축할 예정이다. 주작-1 등 주력 시추선은 1만5000PSI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