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TNK-BP의 지분 50%를 보유한 러시아 주주 컨소시엄 AAR의 한 관계자는 "프리드만이 경영에 실패해 회사를 떠난다"고 밝혔다.
프리드만의 사임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관계자의 언급으로 봤을 때 러시아 주주들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BP와 AAR 간의 갈등은 지난해 BP가 러시아 국영석유기업 로스네프티와의 북극해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비롯됐다. BP와 로스네프티는 대륙붕 개발 경험이 없는 TNK-BP를 북극해 개발 파트너로 끌어들이길 원치 않았다.
AAR은 BP가 TNK-BP를 두고 로스네프티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발끈했다. 이에 AAR은 BP와 로스네프티와의 합작 계약이 TNK-BP에 손해를 끼쳤다며 작년 1월 말 런던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AR의 손을 들어줬고 이후 BP와 로스네프티는 TNK-BP 내 AAR의 지분을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매입하겠다는 제안까지 내놨지만 AAR로부터 거부당했다.
결국 BP와 로스네프티와의 협상은 결렬됐지만 BP와 AAR 간의 앙금은 여전하다.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TNK-BP 이사회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으며, 이사 2명이 회사를 떠나는 등 이사회 내부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프리드만의 사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근 로스네프티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푸틴의 최측근 이고리 세친 전 부총리의 행보와 연관해서 보는 시각도 있다. 세친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재임 당시 최고 요직인 에너지 문제 총괄 부총리를 지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러시아 권력의 중심에 선 세친이 지난해 BP와 로스네프티 간 협상이 결렬된 것에 대해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며 그가 TNK-BP 내 AAR의 지분 정리를 압박하는 한편 TNK-BP의 국영기업 편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TNK-BP 사태가 복잡해지면서 BP도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TNK-BP는 BP 전체 석유 생산의 29%를 담당하고 있으며, 지난 2003년 설립 후 190억달러에 달하는 배당금을 BP에 안겨다 줬다. 2010년 4월 발생한 미국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의 여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BP로선 또다시 대형 악재를 맞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