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배장호기자] 대규모 구조 조정에 내몰린 쌍용차(003620) 직원 가족들의 처지가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회사의 회생을 위해 불가피한 희생이지만, 충분치 못한 금융 지원 탓에 희생의 댓가로 응당 받아야 할 몫 마저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마저 의문시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최근 노동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쌍용차는 현재 직원 퇴직금 1075억원과 임금 653억원 등 총 1728억원을 체불하고 있다.
쌍용차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1300억원을 지원받아 체불 임금과 퇴직금을 정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지원 자금을 퇴직금과 체불 임금에 전액 충당하더라도 400억원 넘는 금액은 받을 길이 없다.
쌍용차가 신차 개발 비용 마련을 위해 추진 중인 자산 매각 작업이 차질을 빚을 경우엔 그마나 받기로 한 체불 퇴직금이 더 줄어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쌍용차가 퇴직급여를 사외에 적립하는 제도인 퇴직연금 제도에 가입했더라면 적어도 퇴직 근로자들의 정당한 권리인 퇴직급여만큼은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2006년부터 국내에 도입된 퇴직연금 제도는 기존 퇴직금 제도와 달리 사외 적립이 의무화돼 있어 근로자들이 퇴직금 수급권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다. 개인 성향에 따라 퇴직금을 운용해 운용수익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퇴직연금 자산관리 사업을 해오고 있는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만약 쌍용차가 2006년 초부터 퇴직연금에 가입해 100% 사외적립을 했다면 회사 구조조정과 무관하게 퇴직금을 안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었음은 물론 약 18% 정도의 누적 운용수익까지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내 퇴직연금 사업자 전체 평균 누적수익률이 약 18%이며, 한국투자증권 등 운용 수익률 상위 사업체의 경우엔 24~25%가 넘는 누적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퇴직연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금융 위기로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근로자들의 퇴직급여 보장 필요성이 커졌지만, 퇴직연금 가입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기업들의 퇴직금 체불금액은 3563억원으로, 전년 2896억원 대비 23% 증가했다. 특히 올 1분기 중 국민 신문고를 통해 처리된 민원 15만여건 중 가장 많은 민원이 체불임금 관련(5170건)이다.
이에 반해 500인 이상 사업장 기준 국내 기업들의 퇴직연금 가입 현황은 20%를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 80%에 육박하는 사업장이 여전히 퇴직급여를 사내에 적립하고 있다.
업계는 이처럼 퇴직급 사외 적립에 대한 필요성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 도입이 부진한 데는 제도상의 미비점이 크게 작용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퇴직금 제도에는 허용되는 중간정산 제도가 퇴직연금에는 허용되지 않고 있는데다, 퇴직급여 충당금의 손비인정 한도 폐지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조속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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