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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美현대문학 거장 코맥 매카시 별세

김미경 기자I 2023.06.14 11:45:59

13일 미국 자택서 숨져…향년 89세
‘더 로드’, ‘국경 삼부작’ 집필로 유명
인간 어두운 묵시록적 세계관 펼쳐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로 꼽히기도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이자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불린 작가 코맥 매카시가 1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9세.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는 매카시가 이날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의 자택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사인은 자연사로 알려졌다.

매카시는 필립 로스,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와 함께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혀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나 윌리엄 포크너 등 미국의 위대한 작가들과 비견돼 거론됐으며,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작가 코맥 매카시(사진=AP/뉴시스).
1933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서 태어난 그는 변호사인 아버지 밑에서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테네시대학에서 물리학과 공학을 전공하다 1953년 공군에 입대해 4년간 복무한 뒤 돌아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65년 첫 소설 ‘과수원 지기’를 펴낸 후 ‘아우터 다크’(1968), ‘신의 아이’(1973), ‘서트리’(1979) 등을 썼다.

그는 오랜 무명 생활 끝에 1981년 ‘천재들의 상’으로 불리는 맥아던 재단의 펠로십에 선정되며 이름을 알렸다. 1992년 ‘국경 삼부작’의 첫 작품인 ‘모두 다 예쁜 말들’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며 문학계 주류로 진입했다. 국경 삼부작은 ‘모두 다 예쁜 말들’,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 세 편으로, 서부 장르 소설을 순수 문학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종말 뒤 황폐해진 세상을 배회하는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더 로드’로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받았다. 이 작품으로 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바로 다음해 매카시의 소설이 원작인 동명의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차지하며 유명세를 얻었다.

그의 작품들은 주로 어둡고 폭력적이며, 허무주의적, 종말론적, 묵시록적 세계관으로 인간의 어두운 면을 조명했다. 이달 초에는 작가 마가렛 애트우드, 포르투갈의 안토니우 로부 안투네스, 오스트리아의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와 함께 올해 박경리문학상 최종 후보 4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큰 명성을 얻은 뒤에도 은둔 생활을 하며 물질적 쾌락을 거의 누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론 인터뷰에도 잘 나서지 않아 그의 삶이 자세히 공개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세 차례 결혼과 이혼을 했으며 유족으로 2명의 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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