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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해양야드 35년만에 가동 중단…中저가 공세에 눈물

김미경 기자I 2018.06.22 10:25:56

22일 강환구 대표 담화문 통해 공식화
“가슴 아프고,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
7월 이후 일감공백 장기화될 것 예상
5000여명 인력 일손 놓아야하는 실정
위기극복 고정비 줄여 경쟁력 높여야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미경·남궁민관 기자] ‘43개월째 수주 0’. 현대중공업 해양공장의 현실이다. 현대중공업(009540)은 일감 부족으로 해양공장 가동을 8월부터 일시 중단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1983년 4월 해양공장이 별도로 준공된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다.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나스르(NASR) 원유생산설비를 수주한 이후 43개월째 해양플랜트 수주가 끊긴 상황이다. 7월 말 나스르 설비가 출항하고 나면 일감이 없어 정규직 2600여명과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 3000여명 등 총 5000여명에 이르는 해양사업본부 인력 대부분이 일손을 놓아야 한다. 중국과 싱가포르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전망도 밝지 않다. 만약 하반기 새로운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일감으로 잡히는 시점은 최소 1년 뒤로, 그동안 일감절벽을 고스란히 감내해야만 한다.

◇강환구 대표 “고정비 줄여 위기극복해야”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이날 담화문을 통해 해양공장 가동 중단 상황을 공식화했다. 그는 최고경영자로서 가슴이 매우 아프고, 무거운 책임감도 함께 느낀다고도 했다.

강환구 대표는 “일감이 확보될 때까지 해양 야드 가동중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라며 “조직통폐합과 유휴인력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가동중단을 막기 위해 여러 입찰에 공격적으로 참여했지만 높은 원가로 인해 중국, 싱가포르 업체에 밀렸다”라며 “지금의 고정비로는 신규 수주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더 큰 문제는 지금 우리의 고정비로는 발주물량이 나와도 3분의 1수준의 인건비로 공격해오는 중국과 싱가포르 업체를 이길 수 없다”며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고정비를 줄여 가격 경쟁을 높이는 방법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강 사장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말처럼 지금의 고통과 어려움이 우리 회사 해양사업의 미래에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며 “모든 임직원이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무직 전환배치·생산기술직은 여전히 고심

일단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사업부 사무직 전환배치 작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8일 사무직 800여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전환배치 신청을 받았다. 그룹 차원에서 현대중공업 내 타 사업부 또는 계열사 소요인원을 책정하고, 지원자들과의 매칭을 통해 이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전환배치된다.

문제는 1800여명에 이르는 생산기술직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노조와의 잦은 충돌을 의식, 현실가능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미 유휴인력은 2015년부터 이어져 온 고민으로, 노조 측에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함께 공유하고 고민하자고 제안한 상태”라며 “유휴인력 활용에 대해서는 아직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플랜트 사업부를 아예 매각 또는 접거나 분할해 외주화하려 한다는 설도 나온다. 희망퇴직 재실시 역시 불가능하다는 게 노사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나마 사무기술직과 마찬가지로 생산기술직의 전환배치하거나 사업부 자체 임시휴업 등 현실 가능성 있는 안이 주목받고 있다.

반면 조선사업부의 경우 올해 업황이 예년 대비 양호해지면서 수주확보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5월 초 조디악그룹모나코로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 4척을 수주했고, 이어 비톨과 엘란드라탱커스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4척 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현대상선이 정부의 해운재건 사업의 일환으로 총 20척의 컨테이너선 발주를 추진 중으로, 현대중공업은 1만 4000TEU급 8척(2021년 2분기 납기)을 일감으로 확보한 상황이다.

지난 5월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해양사업부의 골리앗 크레인이 해무에 덮여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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