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에 처해진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는 22일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이 유죄로 인정한 항로변경죄를 무죄로 판단하고, 조 전 부사장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의 양형이유에서 “피고인의 범죄행위가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을 어느 정도 침해했는지 차분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의 사무장에 대한 폭행과 기장에 대한 업무방해, 사무장의 합의 강요 등의 범죄 행위를 처벌해 보호하려는 것은 항공기의 안전운항과 승객의 생명보호”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런데 피고인의 행위가 매우 부적절한 관점과 태도에서 비롯된 것은 맞지만 처음부터 항공기 안전운행을 저해하려는 목적을 가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범죄로 항공기 보안이나 안전운항에 미친 영향과 폭행 등 유형력 행사 역시 비교적으로 경미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피해자의 상처를 역지사지 못하다가 재판을 받으며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격리돼 5개월 동안 구금생활하며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피해자의 상처를 성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더불어 살아가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못하다가 구금돼 같이 생활하는 사람에게서 이를 배웠다는 피고인이 한 고백의 진정성을 의심할 사정도 없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엄중한 사회적 비난과 낙인을 인식하며 살아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갈 기회까지 외면해야 할 정도의 범죄가 아니라면 피고인의 처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