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20th SRE]경고등 켜진 화학업종

김도년 기자I 2014.11.10 10:44:00

中 저성장에 과잉설비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그동안 SRE 업황 악화 산업 순위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화학업종. 회사채 시장 참여자들은 지난 2011년 업황이 꺾이기 시작한 뒤 3년이 지나자 화학업종에 경고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20회 SRE에서 최근 6개월간 업황이 나빠진 업종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139명 중 41명(29.5%)이 화학업종을 선택했다. 화학업종이 이데일리가 SRE를 진행한 이래 업황 악화 산업 순위 5위권 안으로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황이 나빠진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에 있다. 2011년 상반기 이후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정책으로 아시아 석유화학 시황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이런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외형·수익성 악화…수출 실적도 저조

올 들어 우리나라 석유화학업계는 외형 성장세가 둔화하고 수익성도 크게 나빠졌다. 단순 합산기준 매출액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26%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1%에 불과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37조 3000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줄었다.

영업이익률 지표도 2011년 이후 계속해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올해 상반기 기준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은 3.4%로 2011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수출 실적을 보더라도 성장이 둔화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수출금액 증가율은 3% 수준에 그쳤고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역성장했다.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 판매 실적도 저조했다. 합성수지와 합섬원료, 합성고무 등 3대 계열제품군 합산 기준으로 한 연평균 생산증가율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1%, 수요증가율은 2%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생산증가율은 0.7%, 수요증가율은 -1.8%를 기록했다.

◇지나친 중국 시장 의존에 ‘발목’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 시장에 절대적으로 기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별 수출 비중에서 중국 수출의존도는 50%가 넘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기흐름과 석유화학 수요 변화가 우리나라 화학업계 시황에도 결정적인 변수가 되는 것이다.

중국시장은 성장 속도는 느려지고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은 높아지고 있는 점이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 경기가 침체하면 자동차, 건설, IT 등 석유화학의 주요 전방산업 회복 속도도 느려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석유화학 제품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과거 수요가 늘어날 것을 예상하고 증설했던 생산설비들은 줄어든 수요 때문에 무용지물이 될 형국이다. 업계 전반의 과잉설비(Overcapacity)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 경기 침체로 수출 성장세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5% 성장한 중국으로의 석유화학 수출액은 올해 7월 누적 기준으로 5% 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공급 측면에서는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이 점차 높아지는 것이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3대 계열 제품 기준 자급률은 2008년 69%에서 2013년 75%로 올랐고 합섬원료 자급률이 급격히 증가해 올해에는 8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석탄화학(Coal To Olefin) 등 비 전통원료를 생산하는 설비도 대규모로 증설할 계획이라 자급률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중동 리스크’도 걱정거리다. 중동에서 생산된 저가 제품이 2010년 이후 중국과 유럽 시장에서 계속해서 점유율을 늘리면서 우리나라 업체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유가 보합세로 제품가격 인상도 난항

국제 유가가 보합세를 보이는 것도 석유화학 업계에는 악재가 되고 있다. 석유화학 회사들은 유가가 오르지 않으면 제품 가격도 올리기가 어렵다. 원가는 줄지만, 제품가격도 함께 하락하는 구조라 수익성에는 타격이다.

송종휴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일반적으로는 유가가 내리면 원가비용이 줄어 마진이 늘어나는 것이 정상이지만, 석유화학 시장은 전문적인 트레이더 비중이 높아 유가 하락폭을 제품가격에도 반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공급원료가 다양해지면서 우리나라 업체의 원가경쟁력이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석탄화학과 기초유분 전용 생산공정(PDH) 등 대규모 대체 생산설비 가동으로 폴리프로필렌(PP) 공급량이 늘어나고 셰일가스(Shale gas) 생산설비투자가 늘어나면서 세계시장에서의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

◇차입금 증가 기업 신용 ‘부정적’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도 석유화학 제품 판매가격과 마진이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나프타 가격도 상반기에 이어 보합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지정학적 불안 요인에도 나프타 수요보다 공급이 늘어날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은 석유 공급을 늘리고 있고 비전통 석유인 타이트오일(LTO·Light Tight Oil) 생산도 확대하고 있다. 원유정제설비(CDU)도 증설되고 있는 상황이다.

나프타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교섭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판매가격을 올릴 수 있는 여력이 제한되는 것이다.

내년 석유화학 업계 매출액은 기저 효과와 설비 증설 효과 등으로 늘어나겠지만, 수익성은 이같은 원료, 제품 가격의 약세로 크게 개선되지 못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 들어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기업도 속속 나오고 있다. 상반기에는 금호피앤비화학과 카프로 등의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이 강등됐다. 앞으로도 차입금이 늘어난 기업의 신용도는 계속해서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 국내 신평사들의 분석이다. 신평사들은 2011년 이후 영업실적이 급격히 악화했고 설비투자를 늘린 기업을 주요 감시 대상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전문가 일각에서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중국의 과잉재고 해소로 업황이 회복되리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수요가 늘어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내년 중국의 화학 부문 증설 규모가 크지 않고 증설된 설비 가동률도 낮게 유지하는 등 공급을 조절하게 되면 마냥 불황이 이어지지만은 않으리라는 관측이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0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0th SRE는 2014년 11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bond@edaily.co.kr]



20th SRE 리포트

- [20th SRE][번외]라이벌 유한 vs 녹십자 ‘동상이몽’ - [20th SRE][번외]‘도루묵’ 된 물가채…희망 없나 - [20th SRE][번외]현대차 ‘아우토슈타트’ 꿈꾸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