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회장은 7일 서울 프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전경련 이사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나는 사표를 냈다”며 “나가는 사람이 후임을 정할 필요가 있나?”라고 말했다.
새 회장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아서 잘 하시겠지”라고 언급했다. 허 회장은 지난 5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무연고 지적장애인시설인 ‘천사의 집’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회원사 의사에 따르겠다”면서도 “좀 쉬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허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연임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유례없는 경기 침체 속에서 새 정부와 함께 경제살리기에 집중하려면 재계 내부의 소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그만한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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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13명에 달하는 전경련 회장 가운데 연임하지 않은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구자경 LG 명예회장,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등 3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연임에 무게를 싣는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그만두시겠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임기가 2주 정도 남은 상황에서 회원사들로부터 재신임 여부를 묻겠다는 의미로 봐 달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이날 90여 명의 주요 회원사 관계자들이 모인 이사회에서 오는 21일 열리는 정기총회의 안건을 확정하고, 내수와 서민경제살리기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한 지난달 회장단 회의에서 신뢰받은 기업상을 정립하기 위해 만들기로 한 ‘기업경영헌장’에 대한 소비자, 근로자, 협력업체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오는 19일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기업경영헌장은 7개 분야에 걸쳐 만들어지며, 회원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일종의 지침이다. 그룹 총수들은 일본 게이단렌(經團連·경제단체연합회)이 운영 중인 ‘기업행동헌장’의 사례를 심도 있게 검토하라고 사무국에 지시한 바 있다.
한편 30대 그룹의 올해 고용 및 투자 계획이 공식 발표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박철한 전경련 홍보실장은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 전망치가 86.7로 경제 상황이 너무 어려워서 30대 그룹 중 4분의 1 정도가 투자 계획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는 수출과 대기업 중심보다는 내수와 서민경제 회복을 중심으로 동반성장 같은 사회적 이슈에 적극 노력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