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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 절차에서 변호사를 통해 자신에 대한 혐의를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했다. 기소인부 절차는 재판에 앞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검은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착용한 채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의 경호를 받으면서 법원에 출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 토드 블란치 변호사는 “우리는 확실히 무죄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인 알리나 하바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백악관에서 근무한 나우타 보좌관 역시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반출한 기밀 문건을 다른 장소에 숨기는 등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미국 연방검찰은 재임 중 취득한 국가기밀 문건을 퇴임 후 자택으로 불법 반출해 보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형사 기소했다. 총 49장짜리 기소장을 보면, 그는 국방 관련 기밀 정보를 의도적으로 보유한 31건을 비롯해 모두 37건의 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역사상 전·현직 대통령이 연방검찰에 의해 형사 기소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기소인부 절차를 진행한 조너선 굿맨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도주 위험이 없다고 판단해 석방했다. 다만 굿맨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함께 기소된 월트 나우타 보좌관과 소통은 금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인부 절차를 마친 뒤 뉴저지주의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의 골프클럽으로 이동했으며,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이번 기소에 대해 “또다른 선거 개입 시도”라며 “가장 사악하고 악랄한 권력 남용”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내년 대선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바이든 대통령의 뒤를 쫓을 특별검사를 임명할 것”이라며 정권 교체 성공시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법원 출석 전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오늘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슬픈 날 중 하나”라며 “마녀사냥”이라고 적었다.
한편 이날 재판이 열린 법원 앞에선 트럼프 반대 시위와 지지 시위가 동시에 열렸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는 죄가 없다”, “트럼프를 지지한다” 등의 구호가 적힌 깃발과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고, 반대 시위대는 “트럼프를 구속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맞섰다. 양측간 별다른 충돌이나 사고는 없었다.
정치권에서도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이 정치적 표적 수사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이것(재판)이 여기에서 끝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다음 공화당 (출신) 대통령은 바이든과 가족, 그의 마약 중독 아들이든 누구든 범죄 혐의를 적용하고 기소토록 엄청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여부가 법원에서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피트 아구일라 하원 의원은 “공화당이 트럼프를 구하려 한다는 사실이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