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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은 6월 무역수지가 24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수출액은 전년보다 5.4% 늘어난 577억3000만달러, 수입액은 19.4% 늘어난 602억달러였다. 상반기(1~6월 누적) 무역적자는 103억달러였다. 수출액(3503억달러)은 15.6% 늘었으나 수입액(3606억달러)이 이보다 많은 26.2% 늘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다. 직전 최대는 외환위기가 불어닥쳤던 1997년 상반기(92억달러 적자)였다. 전체 반기 기준으로도 1996년 하반기(126억달러 적자) 이후 26년 만에 최대 폭 적자다. 당시의 수출·수입액은 현재의 5분의 1 수준이었던 만큼, 그 충격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올 상반기에 역시 고유가 충격이 있었던 2008년(상반기 69억달러 적자) 이상의 충격이 전해졌다는 걸 보여준다. 4월부터 3개월 연속 적자이기도 하다. 2008년 6~9월 4개월 연속 적자 이후 약 14년 만의 최장 기간 적자다.
고유가 여파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상승하던 국제유가는 올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계기로 급등하며 3월 한때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었다. 올 상반기 평균 국제유가(두바이유)는 배럴당 101.8달러로 지난해 63.5달러보다 60% 올랐다. 액화천연가스(LNG) 국제시세도 Mmbtu당 9.5달러에서 31.2달러로 229% 급등했다. 석탄(호주탄) 가격도 톤(t)당 91.8달러에서 319.1달러로 223% 올랐다.
이 여파로 상반기 주요 에너지원 수입액은 879억달러(원유 499억달러·가스 241억달러·석탄 139억달러)로 전년의 두 배 남짓(87.5%)을 기록했다. 에너지원 수입액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분의 1 수준으로 늘었다. 에너지원 수입액 증가분(410억달러)이 무역수지 하락분(276억달러)을 훌쩍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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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은 선전했다. 수출액은 반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6월에도 전년대비 조업일수가 이틀 줄고 화물노조 파업으로 운송 차질도 빚었으나 전년대비 늘었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상반기 수출액(690억달러)이 전년보다 20.8% 늘어난 것을 비롯해 석유제품(304억달러), 석유화학(301억달러), 일반기계(262억달러), 자동차(244억달러), 철강(208억달러) 등 15대 품목 수출이 대부분 늘었다. 선박 수출액(83억달러)만 전년보다 30.5% 줄었다. 지역별로도 최대 수출국인 중국(814억달러)을 비롯해 아세안(647억달러), 미국(550억달러), EU(340억달러) 등 러시아-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인 CIS를 제외한 모든 지역 수출이 늘었다.
하반기에도 고유가 상황이 이어진다면 연간으로도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역대 최대 적자는 1996년(206억달러 적자)였다. 최소한 마지막으로 적자를 기록했던 2008년(133억달러 적자) 때의 적자 기록은 크게 웃돌 전망이다. 국책연구기관 산업연구원은 앞선 5월 말 올해 평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5달러 전후라는 전제로 연간 무역적자를 158억달러로 전망했다.
정부는 수출 증가세를 유지하고 국제 에너지 시세 급등락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관계부처는 오는 3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수출 활성화 대책을 논의한다. 또 산업부는 이달 중 민·관 합동 수출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수출기업 추가 지원방안을 모색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수출(액)은 늘어나고 있으나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 급증으로 연달아 적자가 발생하는 등 무역 전반의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여름철 에너지 수요 확대와 고유가 추세 속 산업·무역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고 수출활력을 키우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