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빚 국채발행 없는 2차 추경안…재난지원금 어디서 마련하나?

[세종=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추가 국채 발행 없이 마련하기로 했다. 재정건전성 논란을 우려해 국채 발행을 하지 않는 대신 기금에서 여유 자금을 끌어온다. 공무원 연가보상비 등 인건비와 코로나19로 미뤄진 사업비 등도 재난지원금 재원으로 돌린다는 계산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제4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정부는 16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0년도 제2차 추경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전체 7조6000억원을 △외국환평형기금 축소 2조8000억원 △기금재원 활용 1조2000억원 △세출사업 삭감 3조6000억원 등으로 마련한다.

◇외환시장 안정용 외평기금 지출 축소

정부는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인 4조원을 기금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기금은 정부가 특수한 목적을 위해 설치하는 것으로 일반 세입세출예산과 별도로 운용된다.

먼저 기금의 여유 자금을 통합·관리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 지출하는 돈을 2조8000억원 줄이기로 했다.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를 발행해 외평기금을 조달한다. 이 가운데 원화표시 외평채는 공자기금이 국고채 형태로 발행하는데 이를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원화표시 외평채를 발행할 수요가 줄어든 만큼 공자기금에서 지출하는 돈을 줄여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율이 현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지만 미국과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고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도 준비를 해놨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택도시기금과 농지관리기금의 공자기금 예탁을 각각 4748억원, 2000억원 확대한다. 또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은 기존에 정부가 출연했던 금액을 5000억원 추가로 일반회계로 반환하기로 했다. 외평기금으로의 지출분을 제외한 기금재원 활용 규모는 총 1조2000억원이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위한 2020년도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지출 구조조정, 공공자금관리기금 지출 축소, 기금재원 활용을 통해 추가 국채 발행 없이 마련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공무원 연가보상비 4000억원 전액 삭감

공무원 인건비도 7000억원 가까이 삭감한다. 연가를 쓰지 않을 때 주는 연가보상비 3953억원을 전액 삭감하고 채용시험 연기에 따른 인건비를 2999억원 절감하는 등 총 6952억원을 공무원 인건비에서 충당한다.

금리 하락에 따른 국고채 이자 절감 2700억원, 유류비 하락에 따른 군경의 연료비·유류비 감액 2242억원 등 금리·유가 하락 소요를 총 4942억원 반영했다. 신규발행 국고채 이자율은 올해 예산편성 당시엔 2.6%였으나 2.1%로 하향 조정됐다. 국제유가도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크게 떨어졌다.

사업비는 국방·사회간접자본(SOC)·공적개발원조(ODA) 등에서 끌어온다. 방위력 개선사업 계약일정 변경 등에 따른 연부율 조정(7120억원) 등 국방분야 사업비를 9047억원, 철도사업의 연차별 투자계획 변경(5500억원) 등 SOC 사업비를 5804억원 깎았다. 코로나19로 해외봉사단 사업이 불가능해지면서 관련 예산을 2677억원을 삭감한다.

이밖에도 △환경 2055억원 △농·어업 1693억원 △산업 500억원 △교육 200억원 △청사신축 사업 공사비 등 기타 사업 2076억원 삭감으로 사업비에서 총 3조6000억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2020년도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의 세출사업 삭감 내역. 단위=억원. 자료=기획재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