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집권여당의 4·13총선 참패 한 달여만인 15일 전격 단행된 청와대 경제팀 개편인사의 이면에는 임기 후반기 핵심 국정과제를 안정적이고 책임 있게 달성하고자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묻어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리형 참모’인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 아래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강석훈 경제수석-김현숙 고용복지수석으로 이어지는 친박(친박근혜)계 청와대 트로이카 체제가 완성되면서다.
특히 박 대통령 경제브레인의 한 축인 강 수석의 등판은 기업 구조조정 등 현안과 함께 4대 구조개혁 등 핵심 국정과제에 대한 공격적 대응을 의미한다고 여권 관계자들은 전했다. 다른 축인 안 수석을 거중 정책조정을 담당하는 정책조정수석으로 업그레이드시키면서 국정 기조도 뚝심 있게 밀어붙이겠다는 뜻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석훈-안종범 투톱..‘눈빛만 봐도 통할 정도’
강 수석의 청와대 경제팀 입성은 그가 재선에 실패한 뒤부터 꾸준히 회자됐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강 수석은 안 수석과 함께 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이라며 “박 대통령이 그를 어느 곳에 배치해 미션을 맡길지를 고민해 왔을 뿐, 그의 기용은 이미 예견됐다”고 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1년9개월여 남은 임기 동안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친정체제를 구축했고, 레임덕 최소화는 ‘덤’으로 얻게 됐다.
당장 4대 개혁과제 완수를 비롯해 기업 구조조정 등 국정현안 해결에 대해 고삐를 바짝 죌 것으로 보인다. 강 수석은 제19대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 제정안 등 핵심 입법과제들을 다룬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개혁 등 핵심 입법과제들에 대한 정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자임할 것으로 관측된다.
위스콘신대 동문인 강 수석과 안 수석은 박근혜 대선공약을 만든 장본인들인 만큼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할 정도’로 사이가 두텁다고 한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속도감’ 있는 경제정책 운영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박근혜 경제팀의 무게감이 경제부총리에서 청와대 경제팀으로 급격히 쏠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원종, 경제팀 ‘조언자 역할’..추가 개각 ‘주목’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는 이원종 비서실장 기용 배경에도 청와대 경제팀을 측면 지원하라는 미션도 일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친화력과 소통능력을 인정받아온 만큼 ‘편안한 큰형’으로서 조언자 역할에 적임이라는 분석에서다. 기존 이병기 비서실장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등 여러 구설에 엮이면서 리더십과 추진력을 잃은 것도 한몫했다는 관측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관료 출신의 행정 전문가를 전면 배치해 청와대 경제팀을 이끌라는 것”이라며 “후반기 국정 운영과 가시적 성과 도출을 동시에 도모하겠다는 뜻이 담겼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참모진 개편이 개각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에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내각을 바꾼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는 점에서 지금은 ‘설’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이날 참모진 개편은 인적쇄신의 ‘신호탄’이며 자연스레 개각이 뒤따를 것이란 관측은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실제로 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여야 3당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정무장관직 신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로 한 만큼 개각 가능성은 적지 않은 상태다.
일단 청와대는 선을 그었다. 한 관계자는 “개각의 필요성에는 일부 공감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고 했다. 원 구성 등 20대 국회 일정과 사람을 가리는 박 대통령 특유의 인사스타일, 후보자 검증과정에서 자칫 야권에 공세 빌미만 줄 수도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