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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추석 연휴는 극장가 성수기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올해 추석 극장가는 3일(10월2~4일) 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 때문에 예년에 비해 상영작의 숫자나 경쟁의 밀도가 떨어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관객의 눈물을 자극하는 멜로 영화를 비롯해 흥겨운 뮤지컬 영화와 할리우드의 액션 블록버스터, 인권과 음악 및 프로야구를 소재로 한 여러 독립영화들이 포진해 있어 평소 극장가보다 차려진 '반찬'은 적지않다. 또한 극장 관계자들은 오히려 연휴가 짧아 귀성을 포기하고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한국영화 라이벌전 '내 사랑 내 곁에'VS'불꽃처럼 나비처럼'
추석을 노리고 개봉한 대표적인 한국영화는 박진표 감독의 ‘내 사랑 내 곁에’와 김용균 감독의 ‘불꽃처럼 나비처럼’이다. 추석 전 주인 지난 9월24일 개봉한 두 영화는 각각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의 배급으로 올 추석 극장가의 가장 강력한 흥행 라이벌로 대결을 펼치게 됐다.
‘내 사랑 내 곁에’는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와 그의 곁에서 헌신을 다 하는 여자의 사랑을 그린 멜로 영화다. 다큐멘터리PD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박진표 감독의 전력이 가장 많이 묻어나는 작품.
김명민이 루게릭병에 걸린 주인공 백종우 역을 맡아 실제 20kg가량 감량하며 루게릭병 환자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재현했다. 하지원 역시 장례지도사이자 백종우의 연인인 이지수로 분해 한층 성숙해진 연기력을 선보였다. 두 배우의 열연만으로도 ‘내 사랑 내 곁에’는 관객들을 울릴 능력이 되지만 박 감독의 전작인 ‘그 놈 목소리’나 ‘너는 내 운명’보다 극적인 재미는 부족하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조선의 마지막 국모인 명성황후 민자영과 그녀를 목숨처럼 사랑했던 호위무사 무명의 사랑을 담은 작품. 95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으로 3D를 사용한 액션 장면을 비롯해 고증을 통해 선보인 고종과 명성황후의 혼례식 및 우포늪의 아름다운 풍경 등 볼거리가 많다.
또 단검을 들고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선보인 무명 역의 조승우와 특유의 우아한 자태와 고전미로 이전의 명성황후 캐릭터와 차별화 된 연기를 펼친 수애의 존재감은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장점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욕심이 과해 전반적으로 산만하다. 액션과 멜로, 역사적인 메시지까지 전달하려다 보니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에도 뭔가 덜 마무리 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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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맘마미아'를 꿈꾸는 '페임'
한국 영화계가 추석 연휴를 맞아 내 놓은 대표작이 ‘내 사랑 내 곁에’와 ‘불꽃처럼 나비처럼’이라면 할리우드 영화 중 추석 대목을 노리고 개봉하는 영화는 ‘페임’이다. 두 영화와 같은 날인 9월24일 개봉한 ‘페임’은 뮤지컬 영화의 걸작인 1980년 상영작 ‘페임’을 최근 감각에 맞게 리메이크한 작품. 노래, 춤, 연기, 연출 등 예술 분야에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뉴욕 예술학교의 신입생들이 펼치는 꿈과 열정을 담은 ‘페임’은 뮤지컬 영화 특유의 활기가 가득 차 가볍게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영화를 배급하는 롯데엔터테인먼트는 ‘페임’이 지난해 추석 무렵 개봉해 장기상영을 통해 400만 관객을 돌파한 ‘맘마미아’의 흥행을 이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원작에 비해 주인공들의 성장담과 그들의 로맨스에 초점이 맞춰져 본격적인 뮤지컬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들은 다소 실망할 여지가 있다.
◇ 할리우드 新舊 액션스타의 대결 '써로게이트'와 '게이머'
추석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일 개봉한 할리우드 액션 영화 ‘써로게이트’와 ‘게이머’는 각각 ‘다이하드’ 시리즈로 할리우드 최고의 액션 스타로 칭송 받았던 브루스 월리스와 ‘300’의 스파르타 전사 제라드 버틀러가 출연하는 작품이다.
‘써로게이트’는 가까운 미래, 인간을 대신하는 대리 로봇 써로게이트가 보급된 사회에서 일어난 전대미문의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SF 액션 영화다.
브루스 월리스가 FBI 요원 그리어로 분해 써로게이트를 둘러싼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며 '다이하드'에서 보여준 것처럼 특유의 시니컬한 액션 연기를 펼친다. 그러나 결말 부분이 극 초반 제기한 '인간을 대신하는 기계는 인간일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에 비해서는 싱겁게 끝나 아쉬움을 준다.
‘게이머’ 역시 ‘써로게이트’처럼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액션 영화다. 가상공간이 아닌 실제공간에서 사형수를 게임 속 캐릭터처럼 조종해 전투를 벌이는 ‘슬레이어즈’에 열광하는 사회를 소재로 했다. 즉 사람이 사람을 조종해 게임을 즐기는 세상을 배경으로 현실과 게임의 경계를 묻고 있다.
영화 ‘300’에서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로 분했던 제라드 버틀러가 ‘슬레이어즈’의 최고 파이터 케이블로 분해 쉴 새 없는 액션 연기를 펼친다. 그러나 시종일관 몰아치는 액션에 비해 영화의 주제의식은 갈수록 휘발되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두 영화화 함께 3D로 변신한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 역시 1일 개봉했다. 재앙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각기 정해져있는 죽음의 법칙대로 잔인하게 죽어간다는 ‘데스티네이션’의 스토리는 그대로다. 이런 패턴화된 스토리를 보완하기 위해 이번에는 3D 입체영화로 만들어졌다. 미국에서는 지난 9월 초 개봉해 시리즈 중 가장 높은 흥행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추석 명절기간에 어떻게 하면 속절없이 사람이 죽는지를 보여주는 영화가 국내 관객들에게 통할지는 미지수다.
◇ '날아라 팽귄' '나는 갈매기' '지구에서 사는 법' 韓 독립영화 쏠쏠
예년 추석에 비해 기대작과 개봉작의 숫자가 떨어지지만 독립영화 진영에서 봤을 때 올해 추석시즌은 모처럼 많은 영화가 간판을 올린 흥행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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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4일 개봉한 임순례 감독의 ‘날아라 팽귄’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원을 받은 인권영화다. 임 감독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인권침해 사례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문소리 박원상 손병호 최규환 등 연기력이 보장된 배우들은 임 감독이 차려놓은 일상 속 작은 인권침해 현장을 밉지 않게 그려내며 우리의 습관화된 인권침해 현장을 환기시킨다. 그 과정이 불쾌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배우들의 완숙한 연기력과 임순례 감독의 연출력 덕분이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을 소재로 한 ‘나는 갈매기’도 24일 개봉과 함께 추석 극장가에 당당히 흥행 출사표를 던진 작품이다. 로이스터 감독 부임 후 만년 꼴찌에서 벗어나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비롯해 연습 과정과 팬들의 진솔한 인터뷰, 국민노래방이라는 부산 사직구장의 생생한 현장이 가득 담겨있다.
이 밖에 외계인과 불륜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내세운 안슬기 감독의 ‘지구에서 사는 법’ 역시 9월24일 개봉돼 추석 극장가에 간판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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