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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이슈&이슈)롯데, 두산 주류 인수가격 비싼가

이성재 기자I 2009.01.09 14:24:39

두산 "3200억 차익" 발표에 인수가 적정성 논란
롯데 "시너지 등 가격 적정"..시장 전문가들도 긍정평가

[이데일리 이성재기자] 롯데가 두산 주류사업 부문을 5030억원에 인수키로 한데 대해 `적정가격에 산 것이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투자비 등을 감안할때 실제 가치보다 `웃돈을 많이 얹어준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됐고, 다른 쪽에서는 두산주류를 통한 시너지 등을 감안하면 `좋은 가격에 사는 것`이라는 반박이 나오는 등 업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이번 M&A가 지분인수가 아닌 자산인수 방식이어서 `평가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서부터 엇갈리고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정확한 계약조건을 알수 없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 현재의 경제 여건상 너무 과하게 준 것 같다”며 “롯데가 전국적으로 `처음처럼`을 유통한다고 발표한 만큼 물류비, 향후 투자할 비용까지 계산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07년 LG생활건강이 코카콜라보틀링(현 코카콜라음료)을 인수할 당시 경기도 여주, 경남 양산, 전라도 광주 등 3개의 공장에도 불구하고 인수 금액은 3853억원에 불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성훈 현대증권  연구원은 "5030억원 인수 금액에 대한 현재 에비타 승수(EBITDA multiplier)가 13배가 웃돌면서 이러한 단순 수치로 인수가 적정성을 말하기에는 이번 M&A는 맞지 않는 상황”이라며 “롯데가 두산주류의 미래가치를 보고 인수한 만큼 시너지 측면에서 보면 적정 가격”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단순히 국내시장 뿐 아니라 일본시장의 경우 롯데의 브랜드 파워가 높아 기존 소주나 청주의 경우 더욱 성장할 수 있어 적정 수준에 이뤄진 M&A”라고 설명했다.

◇두산 "잘 팔았다"

두산측은 잘 팔았다는 입장이다.

▲ 국내 소주시장 현황 (지난해 10월까지)
현재 두산 주류BG의 순자산가액(장부가)이 1827억원으로 매각 금액 5030억원으로 계산하면 3203억원의 매각이익을 챙긴셈이라는 것.

물론 여기에는 주류면허, 브랜드 가치, 향후 성장성 등은 포함 되지 않는 수치다. 여기에 이번 두산주류 매각 금액을 차입금 감축에 사용할 경우 부채비율까지 낮출수 있어 지난해 최고의 딜이었다는 자체 평가다.
 
두산측은 그러나 두산이 유리한 딜을 했다고 롯데측 입장에서 손해를 본 것으로 단순정의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매수자나 매도자가 양사의 관계와 시너지 등 여러 사항들을 고려해 최종 금액이 정해진 만큼 이걸 두고 `가격이 비싸다`, `높다`고 말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두산은 "이번 M&A에서 롯데가 현재의 가치보다 미래가치를 보고 인수한 만큼 롯데도 잘한 인수"라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다.

◇롯데 "비싸지는 않다, 일단 실사결과를 보자"

정황 롯데칠성(005300)음료 사장은 지난 7일 본계약 체결 뒤 인수가격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과거 부산의 대선주조(전국 MS 7%)가 3600억원에 매각됐는데, 두산의 영업가치는 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말했다. 두산주류가 전통주, 와인 등에서 국내 1위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어 지금의 소주 점유율이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가격이 적정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사장은 이날 두산그룹이 3203억원의 매각차익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당혹해하는 얼굴빛이 역력했다. 과거 롯데가 미도파를 인수(5800억원)하고도 관련 실무자들이 과도한 인수 금액으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어 가격논란 자체가 상당한 부담인 상태다.

정 사장은 “최종 인수 금액은 실사 후 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 또 다른 고위관계자도 “아직 실사가 남아 있는 만큼 인수가격에 대해서는 뭐라고 답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산주류 `자산가치` 얼마나 되나

두산주류는 강원도 강릉공장(처음처럼), 전라도 군산공장(청하, 백하수복, 소주 병입), 경북 경산공장(마주왕) 등 3개의 공장과 전라도 전주, 강릉 물류센터가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두산은 순자산가액이 1827억원이라고 밝혔다. 본계약 가격 5030억원을 감안하면 3000억원에 이르는 금액은 브랜드 가치와 주류면허, 미래가치의 가격인 셈이다.

주류업계 일각에선 향후 롯데의 투자비용도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두산주류 강릉공장의 월 소주 생산량은 185만상자(수출포함)로 최대 200만 상자까지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 군산공장 병입(30만상자)까지 계산하면 최대 생산량은 230만상자이다. 롯데가 우선 고려하는 경남·부산지역 판매 확대는 이 정도 생산캐파로도 가능하지만, 향후 전국망으로 확대할 때 추가 증설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유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지금 이러한 여러 상황들을 고려한다면 비싼 가격이지만 롯데칠성의 경우 주력 사업인 탄산음료가 정체돼 향후 성장 동력으로 두산주류 인수를 추진한 것 같다"며 "오히려 나중에 이러한 매물을 인수하려면 더욱 비싼 가격에 인수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하게 순자산과 투자비용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한편, 두산 주류는 지난해 매출이 3600억원 가량으로 소주 1500억원, 청주 700억원, 와인 450억원, 주정 400억원 기타 수출이 550억원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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