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피용익기자] 금강산 관광객이 드디어 1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금강산관광 운영주체인 현대아산은 이같은 성과에 무척 고무된 모습입니다. 금강산 관광단지를 종합레저단지로 구성해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금강산을 취재하고 온 산업부 피용익기자는 금강산관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남은 과제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금강산관광이 시작된지 6년6개월만에 관광객이 1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50명 가운데 한 사람은 금강산에 다녀온 셈입니다. 금강산은 우리 국민에게 더 이상 멀지 않은 곳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서해교전, 북핵문제 등 순탄치 못한 여건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달성한 성과라 더욱 값집니다.
금강산관광 운영주체인 현대아산은 지난 8일 금강산에서 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했습니다.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 등 우리측 인사들을 비롯해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측 인사들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지요. 김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향해 매진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금강산관광은 보고 즐기는 것에 머물지 않고 남북 민간경협 활성화와 남북통일 무드 조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현대아산이 수년간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대북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관광부터 활성화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관광지`로서 갖춰야할 많은 부분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금강산 관광단지까지 들어가는 수속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점입니다. 남측 출입사무소(CIQ)와 북측 출입사무소를 통과하기까지 대기하는 시간은 대략 3시간. 이 긴 수속과정 때문에 아침 일찍 서울을 출발하더라도 금강산에 도착하면 어두운 저녁이 돼 결국 관광일정 하루를 까먹게 되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아산 측은 자가용 승용차 육로관광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운행중인 관광버스도 제 때에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엔사의 협조도 없이 이러한 계획을 추진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머지 않아 금강산 관광단지에 들어가는 것은 명절때 고향에 내려가는 것만큼이나 힘들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렵게 북한 땅에 들어서더라도 북한의 정취를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휴게소인 온정각 옆에는 편의점 훼미리마트가 국내와 똑같은 모습으로 자리잡고 에쎄, 레종 등 국산 담배를 판매하고 있으며, 금강산호텔 냉장고 안에는 코카콜라, 포카리스웨트, 하이트맥주 등이 들어있습니다. 심지어 단란주점에서는 미국산 밀러 맥주와 조니워커 위스키를 팔더군요.
광광단지 내에서 김일성 초상휘장을 달고 일하는 `접대원 동무`들과 군데군데 배치돼 있는 북한 군인들, 그리고 금강산호텔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21세기의 태양 김정일 장군` 구호만이 이곳이 북한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줄 뿐입니다. 북한을 보고 느끼고자했던 금강산관광의 이미지는 희미해집니다.
젊은 관광객을 끌어들일만한 요소가 없다는 점도 장기적으로 볼 때 금강산관광의 미래를 어둡게 만듭니다. `꿈에도 그리던 북한땅`, `민족의 명산 금강산`이라는 것만으로는 20~30대 젊은이들에게 어필하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100만명 가운데 약 70%의 관광객들이 40대 이상 중장년층에 편중돼 있는 것이지요. 중장년층이 금강산을 모두 다녀간 뒤에는 누가 현대아산을 먹여살릴까요.
현대아산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 여름부터는 고성항(장전항) 해변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제2온정각에는 대형 면세점을 유치한다고 합니다. 구매력이 있는 젊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지요. 또한 스키장과 골프장을 건설해 금강산 관광단지를 종합레저단지로 발전시킨다는 청사진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한 번 금강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얼마나 재방문하게 될 지 미지수입니다. 금강산이 제주도와 같은 단골 관광지로 자리잡지 못한다면 줄어드는 관광객으로 인해 북한에 납부하는 금액이 감소할 것이고, 결국 현대아산이 야심차게 추진한 대북사업은 중단 위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앞서도 언급했듯이 금강산관광은 단순한 관광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강산관광을 국민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관광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없다면 소비자들은 이를 외면할 것이고, 현대아산은 민족의 명산을 개발한답시고 들쑤셔놓기만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입니다.
언젠가 금강산 관광객 1000만명이 돌파하는 날, 기자가 오늘 지적한 문제점들이 한낱 기우(杞憂)였음을 깨닫게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