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하수정기자] 처음 자동차를 사던 날을 기억하시나요? 새 차를 살까. 중고차로 시작할까. 어떤 모델이 좋을까. 자동차가 한푼 두푼 하는 것도 아니고 일단 구입하면 쉽게 바꿀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자동차를 구입할때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지요. 그런데 산업부 하수정 기자는 첫 차 사던 날이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얼마전 저는 `오너 드라이버`가 됐습니다. K자동차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소형 신차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차를 구입하기 전 설레던 마음과는 달리 구입 후에는 찜찜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일단, 자동차를 구입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후 카달로그와 인터넷을 뒤지고 주위 사람들의 자문을 들어 정보를 모았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적합한 모델을 골랐지요. K자동차에서 소개해준 딜러를 통해 견적서와 상담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할인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더군요. 사업 제휴된 카드사의 카드를 발급받고 그 카드로 결제하면 바로 20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카드 사용으로 포인트가 적립되면 여러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는 카드인지라 일단 카드는 발급받기로 했습니다.
자동차 구입에 대해서는 한 동안 최종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죠. 색깔이 어떤 것이 좋을까 고민도 되는데다가 경제성이 있는 중고차에 대한 유혹도 뿌리칠 수가 없었지요.
소개받은 딜러에게는 색깔을 결정하면 최종 확정해서 전화를 주겠다고 말해놨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K자동차 본사 고객센터로부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P모델 오토 맑은 은색 계약을 감사드립니다"
이 문자메시지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저에게 딜러는 "본사에서 새로 서비스를 시작한 것 같다"며 당황해했습니다. 설명인 즉슨 자용차 구입용 신용 카드를 발급하기 위해서는 계약금을 미리 내야하고 딜러가 대신 계약금 10만원을 냈다는 것입니다. 색깔의 경우에는 얼마든지 바꿀수가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변경할 수 있고, 일단 가장 많이 팔리는 `맑은 은색`을 신청한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문자메시지 도착 후 자동차 구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정신없이 업무를 진행하다가 문자 메시지와 딜러의 전화를 받은 저는 새로 발급된 신용카드의 번호까지 불러줬습니다. 이미 맑은 은색으로 신청이 들어간데다 가장 무난한 색상이라고 하니 그 모델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라는 안일한 생각이었죠. 바로 카드사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왔습니다. "0000만원 승인, 6월00일 결제 예정" .
그로부터 2시간 후 퇴근시간 즈음, 좋은 조건의 중고차에 대한 정보를 접했습니다. 찾고 있던 가격에 자동차 상태도 양호했습니다. 첫 차인만큼 새차보다는 중고차가 경제적일 것이라는 주위의 조언도 있었고요. 바로 딜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K자동차 P모델을 3시간 전에 결제했는데 취소가 가능하냐고 물었지요.
대답은 "안된다"였습니다. 결제와 동시에 출고되서 이미 서울에 도착해있다고 말하더군요. 고객의 이름으로 이미 출고된 차량은 해약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자동차 구입을 처음해 본 저로서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딜러에게 방법이 없겠냐고 물어보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딜러의 말에 따르면 출고된 차량을 고객이 해약하면 고스란히 딜러가 부담을 안게 돼 자동차를 인도해야하는데, 똑같은 모델과 색상, 옵션을 원하는 고객을 찾기가 힘들어 빠른 시일내에 판매할 수 없고, 자동차 보관요금과 임시번호 기간 만료에 따른 수수료 등 금전적인 문제도 뒤따른다며 취소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일찍 소비자 보호원에 문의한 결과 고객이 자동차를 인도받기 전에는 해약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이어서 K자동차 본사에 알아보니 제 이름으로 전날 오후 자동차가 출고됐고 현재는 공장에서 세차중 이라고 했습니다. 해약이 불가능하고 자동차가 서울에 도착해있다는 딜러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죠.
순간 화가 났습니다. 제 의사와 무관하게 자동차 계약이 진행된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신용카드 발급에서부터 자동차 구입의 전과정을 안일하게 생각한 저를 탓할 수 밖에 없었지요. 카드번호까지 불러줬으니 신중하지 못했던 제 잘못도 있었으니까요. K자동차 본사에서는 딜러를 통해 구입한 차량은 해약시에 딜러가 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그러더군요. 결국 자동차를 해약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드디어 새차를 인도받은 저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에 마냥 들뜨지만은 않았지요. 딜러는 자동차 매매 계약서를 내밀었습니다. 기존의 견적서보다 5만원이 더 많은 가격이었습니다. 당초 견적을 내면서 잘못 계산된 부분이 있어 5만원이 추가됐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날 받은 매매계약서 계약조항을 보니 제 6조 1항에 빨간 글씨로 이렇게 써있었습니다. "갑(K자동차)과 을(매수인)은 계약 체결후 을이 자동차를 인수하기 전까지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한숨이 나왔습니다. 자동차 계약이 됐을때 계약서를 받고 계약조항을 읽었더라면, 자동차 출고전에 딜러에게도 큰 부담없이 취소할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뭐하겠습니까.
현재는 구입한 자동차에 흠집이라도 날까 조심조심 운전하면서 새차에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구절절 제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차 사던 날이 끔찍한 날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현대는 소비자 왕국"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오히려 고객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나 `온라인 결제 시스템`등이 소비자의 판단을 흐릴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게 됐습니다.
제 경험이 이례적인 것일까요? 지금도 누군가 신중한 결정없이 온라인 상으로 카드를 발급받고 자동차를 구입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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