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다임러·현대, 삼각관계의 향방은

하정민 기자I 2004.04.26 14:28:01

다임러, 미쓰비시·현대지분 처리여부 주목
다임러의 세계 전략, 슈렘프 거취도 관심

[edaily 하정민기자] 독일 자동차업체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부실 자회사 미쓰비시자동차에 대한 재정지원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두 회사의 관계가 결별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다임러와 한국 현대자동차(005380)와의 전략적 제휴관계에도 이상 기류가 발생하는 등 미쓰비시자동차의 경영난 사태가 세계 자동차업계에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현재 업계와 금융시장의 관심은 크게 ▲미쓰비시자동차 회생 가능성 ▲재정지원을 거절한 다임러의 미쓰비시차 지분매각 여부 ▲다임러-현대차의 제휴문제 ▲다임러의 세계화 전략 및 슈렘프 사장의 거취 문제 등으로 압축된다. ◇미쓰비시차 회생할까.."그룹도 손뗄 것" 관측도 올 들어 계속된 미쓰비씨자동차의 경영난은 지난 24일 지분 37%를 보유한 최대주주 다임러가 추가 재정지원 중단을 선언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다임러와 미쓰비시그룹이 합심, 증자를 통해 7000억엔 상당의 자금을 조달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으나 주주들의 반발과 자금난을 우려한 다임러는 "어떠한 재정지원도 해 줄 수 없다"며 냉정하게 등을 돌렸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미쓰비시그룹이 총대를 짊어졌다. 미쓰비시중공업·미쓰비시상사·미쓰비시도쿄파이낸셜로 구성된 미쓰비시그룹은 "최선을 다해 미쓰비시자동차의 회생을 돕겠다"고 밝히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미쓰비시그룹은 최고경영진들의 회의를 통해 오카자키 요이치로 전 미쓰비시중공업 고문을 사장으로 선임하고 공장과 인원의 구조조정을 비롯한 독자회생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일각에서는 미쓰비시그룹이 이번 미쓰비시차 지원으로 부담해야 할 금액이 2000억엔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돈을 쏟아부어도 미쓰비시차의 회생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본 4위 자동차업체인 미쓰비시차는 2003년 회계연도(작년 4월~올 3월) 순손실이 720억엔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순손실은 6억6000만달러로 더 늘어날 전망이며 지난 98년부터 까먹은 시장가치만 해도 44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미쓰비시가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북미시장 판촉을 위해 공격적으로 할부금융에 나섰다 대규모 미회수 사태를 맞아 재무구조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리콜을 은폐한 사실까지 발각되면서 판매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이에 미쓰비시그룹도 다임러처럼 결국 두 손을 들고 말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26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미쓰비시그룹역시 다임러와 똑같은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쓰비시차의 부채가 자산의 85%에 달하는 1조1800억엔에 달하는 등 재무구조가 엉망이어서 미쓰비시그룹이 이를 감당하기 어려우며 미쓰비시그룹이 막대한 자금을 어디서 조달할 지도 불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다임러, 미쓰비시차 지분 팔까..매수자 없어 지원을 중단한 다임러가 보유한 미쓰비시자동차 지분을 팔 지도 관심거리다. 업계에서는 다임러의 미쓰비시차 지분 매각 가능성이 점점 굳어지고 있지만 과연 매수자가 나타날 것인지가 문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주말 만프레트 겐츠 다임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에서 "미쓰비시차 지분 매각에 대한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면서도 "지분을 영원히 들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쓰비시자동차가 장기적으로 이윤을 내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곧 다른 투자자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츠의 이같은 발언은 지분 매각을 위한 일종의 전술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쓰비시차가 이윤을 내는 기업으로 바뀐다면 다임러가 지원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 마찬가지로 지분을 매각한다 한들 최대주주도 등 돌린 회사를 누가 쉽게 사들이겠냐는 것이다. 다른 자동차업체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이날 현대차는 다임러가 보유 미쓰비시차 지분인수 가능성에 대해 "전혀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다임러가 미쓰비시차 회생에 두 손을 든 상황에서 현대차가 지분인수에 나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미쓰비시자동차가 파산 위기를 맞을 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크레딧퍼스트스위스보스턴(CSFB)증권의 엔도 고지 애널리스트는 "미쓰비시차는 재앙국면을 맞았다"며 상황이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결국 파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임러-현대차 제휴 이상없나 한편 업계에서는 다임러가 미쓰비시자동차와의 간극을 갈수록 넓혀감에 따라 결별 수순에 들어간 알려졌던 다임러와 현대차의 관계 정리도 어떤 식으로 결론날 지 주목하고 있다. 다임러는 현대차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해 현대차가 먼저 독점계약을 체결했던 중국 베이징기차와 합작해 메르세데스벤츠를 현지 생산하겠다고 발표, 현대차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이후 양사의 관계는 갈수록 멀어져 상용차 합작사업 논의도 계속 지연됐고 급기야 제휴 종식설로 번지기 시작했다. 미쓰비시자동차의 경영난이 악화되면서 이같은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다임러의 경우 미쓰비시차, 크라이슬러 등 인수한 업체의 실적부진이 가시화하면서 투자여력이 줄었고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현대차 역시 예전만큼 다임러와의 합작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가세했다. 이는 두 회사 관계자들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겐츠 CFO는 "미쓰비시차 문제가 현대자동차와의 제휴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대차 노조와 관계된 어려움이 현대와의 문제를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대차 홍보실 관계자 역시 "피트너십이 실패로 끝날 경우 모든 책임은 다임러가 져야 한다"며 "현대차는 3년전의 현대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것이 회사 측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홀로서기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했다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다. 양사 관계자들의 발언은 현 상황의 복잡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두 회사모두 "당장 제휴문제에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반대의 해석을 가능케하는 발언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국 경제주간지 비지니스위크(BW)는 최신호에서 수 주일안에 두 회사가 공식 제휴중단을 선언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글로벌 다임러` 꿈 무너지나..슈렘프 거취도 관심 미쓰비시차는 물론 현대와의 관계도 삐걱거림에 따라 다임러의 세계화 전략 및 이를 주도했던 위르겐 슈렘프 사장의 입지도 크게 타격받고 있다. 슈렘프는 사장 취임 후 벤츠로 고급차 시장만 주도했던 다임러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잇따른 인수합병을 단행했다. 파산 위기에 빠졌던 크라이슬러 합병, 미쓰비시차 인수, 현대차 지분 획득 등이 모두 슈렘프의 진두지휘 하에 이뤄졌다. 벤츠의 고급 이미지에 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라는 양 날개를 얹어 GM(제너럴모터스), 포드와 맞서보려 했던 슈렘프의 야심은 악몽으로 변하고 말았다. 미쓰비시차의 엄청난 손실에다 인수 당시부터 "사상 최악의 합병"이란 평가를 받았던 크라이슬러역시 아직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쓰비시차 및 현대차와의 관계 악화로 아시아시장 공략의 꿈도 좌절 일보 직전이다. 이와 관련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운도 안 좋았고 전략도 빈약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쓰비시차 인수의 경우 "가지말아야 할 길"을 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드-마즈다, GM-이스즈, 르노-닛산, 다임러-미쓰비시 등 세계 유명자동차 업체들이 속속 일본 업체와 손 잡았지만 성공한 예는 르노-닛산이 유일할 정도로 일본 시장 공략이 만만치않음에도 불구하고 다임러가 무리한 수를 뒀다는 것. 다임러가 자사 경영진을 미쓰비시차에 내려보낸 것도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포브스는 평가했다. 슈렘프 CEO의 사임 가능성도 거듭 제기되고 있다. 슈렘프는 작년에도 실적부진, 보수과대 등 문제로 비지니스위크가 선정한 최악의 CEO에 선정된 바 있고 지난 주말 컨퍼런스에 나타나지 않은 것도 그의 입지 약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슈렘프 본인은 이에 굴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시했다. 슈렘프의 한 측근은 "크라이슬러 합병문제가 거론됐을 때도 슈렘프가 사임하지 않았듯 미쓰비시자동차 투자실패도 그의 사임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에서 고전하고 있는 다임러가 중국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그간의 부진을 만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날 AWSJ은 슈렘프가 중국 정부 관계자들과 사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 중이라고 전했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역시 이머징마켓의 중요성을 강조한 슈렘프의 최근 발언을 분석해볼 때 다임러가 중국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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