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권소현기자] 대만 기업들이 생산비용이 싼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대만의 취업시장이 얼어붙고 있다고 20일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대만 인력들도 기업따라 중국으로 옮겨가는 엑소더스가 일어나고 있고 이는 대만의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
◇대만 기업 중국행 러시..실업 양산
대만 기업들의 중국 이전으로 지난해 대만 실업률은 지난해 5.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주 대만 최대의 컴퓨터 부품 제조업체인 아수스텍은 중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면서 대만에서 전체 직원의 1/7인 1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만 직원 해고에 따른 비용은 생산시설 이전으로 인한 비용절감으로 충당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대만 3위의 노트북 제조업체인 인벤텍은 12월 전체 직원의 1/4인 500명의 직원을 줄일 방침이다. 상하이 공장의 생산원가는 대만보다 대당 6달러 낮아 올해 상하이 공장에서의 컴퓨터 생산비중을 전체의 4/5로 높일 계획이다.
이처럼 기업들의 중국 이전이 잇따르면서 금융기관들의 기업 대출도 감소하고 있다. 대만 중앙은행이 2000년 12월에서 지난해 11월 사이에 금리를 14차례 인하, 현재 1.625%로 사상최저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대만 주요 금융기관들의 12월 대출액은 줄었다.
차이나트러스트금융지주의 스티브 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업들의 중국 이전이 이같은 기업대출 감소의 이유중 하나"라며 "기업 고객들이 대출을 꺼리고 만기연장을 하는데 그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소비지출 감소..경제성장 위협
기업, 인력과 함께 자금도 대만을 빠져나가고 있다. 대만의 중국 투자는 지난해 39억달러로 40% 증가한 반면 대만의 해외투자 유치는 33억달러로 1/3 이상 감소했다.
중국은 지난해 사상 최고인 527억달러의 해외자본을 유치해 대만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8%대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
소비지출 감소와 실업률 증가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수출마저 감소하고 있어 대만 경제는 위기에 몰렸다.
대만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0.2% 떨어졌다. 네덜란드의 SHV홀딩스의 대만 법인인 마크로타이완은 문을 닫기 위해 식품과 의류, 생활용품 가격을 대폭 인하하기도 했다.
지난해 4분기 대만 휴대폰과 컴퓨터칩 등의 수출은 10% 증가했지만 올들어 이라크전 긴장감으로 전세계적으로 지출과 투자가 감소하면서 수출증가세는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1월 대만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4% 증가하는데 그쳐 12월 14% 증가세에 비해 둔화됐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4분기 대만 경제성장률은 3.4%로 전분기 4.8%에 비해 둔화됐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만 정부는 오는 21일 4분기 GDP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처럼 경제가 휘청이자 천수이볜 총통은 올해 실업률을 4.5% 미만으로 떨어뜨리고 경제성장률을 3.5%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대만 정부는 7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공공사업에 700억대만달러를 투자하는 안에 대해 의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수출 증가세 둔화는 이같은 노력을 무색케할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하고 있다. KGI증권의 다미안 길홀리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은 실업률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기는 하겠지만 수출 증가세에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